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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경영자 아닌 수행자

  • 법보시론
  • 입력 2016.07.11 11:16
  • 수정 2016.07.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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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살림, 한국불교에서는 결코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스님들의 고민이다.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신도들의 보시만으로도 사찰이 운영될 수 있겠지만 한국불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이야기다. 한국불교의 상당수 불자는 1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 절에 들려 등을 달면 그것으로 불자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종단도 사찰도 스님도 하나같이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생수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된장도 팔고, 사찰음식도 팔게 되었으며, 이제는 수익사업을 당연한 것으로 때로는 진보한 것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불교가 수익사업에 치중하는 것이 여법(如法)한 것인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출가자는 사고파는 행위로부터 멀리 떠나야 한다”고 설하셨다. 또한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며,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아닌 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바라문이 아닌 자가 되기도 한다.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에 의해 상인이 되고, 행위에 의해 고용인이 된다”고 설하셨다. 한국불교에서 수익사업을 문화사업, 생산불교 등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와 다르지 않다. 출가자는 수행함으로써 승려가 되는 것이지, 삭발하고 승복을 입었어도 하는 일이 장사이면 상인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한국불교의 수익사업을 장사로 치부하고 스님들을 상인으로 치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 같은 수익사업들이 오히려 한국불교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수익사업이 한국승가의 리더십을 상실하게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인들이 승가를 존경하는 중요한 이유는 스님들의 무소유와 청정이다. 사람들은 스님들의 무소유로부터 출가자의 청정한 삶을 연상하고 리더십을 느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법정 스님을 손꼽는 것도 그와 같은 연유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리더십은 추종자가 지도자로부터 자신과는 다른 우월함 혹은 수승함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생겨난다. 일반인들은 종교지도자, 특히 스님들에게는 범부와는 다른 출세간적인 삶을 기대하고 있다. 재물에 집착하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범부 중생인 자신들과는 달리 일체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스님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종교 여부를 떠나 존경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부의 삶의 방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한국불교의 영리를 위한 수익사업은 한국승가의 리더십 원천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스님들이 수익 창출을 잘해서가 아니라 소유와 집착을 벗어난 출가자의 청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다. 스님의 리더십 원천은 경영이 아니라 수행인 것이다.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자 한다면, 스님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인을 존경하면 된다. 스님들이 수행이 아닌 경영을 본분사로 삼는 것은 종교적·사회적으로 자신들의 리더십을 상실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스님들의 리더십은 범부와는 다른 수승한 삶을 살아갈 때 생겨난다.

스님들의 리더십은 세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이 아니라 세간적 가치관을 초월한 수행에서 생겨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녕 한국승가가 다른 방도가 없어서 스님들이 직접 수익사업을 하는 것인지를 자문(自問)하고 자답(自答)할 때이다.

승가의 재원은 스님들의 리더십에 이끌린 신도들의 보시금이 가장 여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익사업이 불가피하다면, 부처님이 정하신 바와 같이 정인(淨人, kappiya-ka-raka)’, 즉 재가신도가 주체가 되어 수익사업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수익금은 승가에 귀속 후 승단의 유지에 사용되거나 스님들에 의하여 다시금 사회의 어려운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chokiryong@dongguk.edu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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