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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분배 이뤄질 때 화합도 가능

공자는 “균형 있는 분배가 이루어지면 가난이란 없고, 구성원들이 화합을 이루면 부족함이란 없으며, (그렇게 되어) 안정이 되면 나라가 위태로운 일은 없다”고 했다. 원론적으로 부정하기 힘든 말이다. 국가 전체의 ‘부의 총량’이 아무리 크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분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면, 오히려 상대적인 빈곤이 더더욱 크게 드러난다. 그리하여 화합이 깨지고, 결국 국가의 안정을 해치며, 그것이 국가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공자의 말을 정말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균형 있는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래서 화합이 깨지면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내적 불안이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이며,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 든 공자의 말은 일정한 신분사회, 계급사회를 전제로 한 말로 볼 수 있다. 균형 있는 분배라는 것도 계급 사이의 분배를 말하는 것이요, 화합도 신분간의 화합을 중심으로 해서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사회, 지금 우리의 사회와 계급에 따른 신분사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자의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대의 사회는 균형 있는 분배와 더불어 신분 이동의 가능성이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탄력을 주며, 신분을 넘어선 화합의 가능성을 주는 사회인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이다.

우선 균형 있는 분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금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분배를 받고 있는 계층이 있지만, 나도 노력에 의해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불만과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신분 이동의 가능성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분배구조가 구성원의 화합을 이룰 정도로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갈수록 소득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중산층은 줄어드는 추세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신분 이동의 가능성마저 점차로 축소된다면 근본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한국인의 상향이동에 대한 의식’, 고려대 이왕원·김문조)에 의하면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은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향이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 나아가 자신의 자녀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팽배한 정경”이라고 한다. ‘3포’ ‘5포’를 넘어 ‘7포’ ‘수저론’이라는 해괴한 이야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 바로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분배구조도 납득하기 힘든 구조라는 불만이 팽배한데, 그렇게 불합리한 신분구조가 거의 바뀔 가능성이 없다면 결국 남는 것은 좌절이며, 그 좌절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증오가 폭발하게 되어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성이 없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태생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라면 근본부터 뒤집어 버리자는 사고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다시 뚝 뚝 부러지는, 상처 가득한 역사가 전개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변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런것 다 고려하면 경제가 완전히 침체된다든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된다든가…. 그렇지만 그런 변명으로 가리고 넘어가기에는 우리 상황이 너무도 심각하다. 신분 상향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야 말로 그 위기를 말해주는 가장 단적인 지표다. 여기서 더 나가면 정말 치유할 수 없는 역사의 상흔을 남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모든 국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엄한 감시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국민의 화합이야말로 다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이 깨지면 근본적인 추진력이 상실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포기’가 바로 화합이라는 추진력의 상실에서 온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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