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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군민과 아수라 정치

부처님 권력자의 인내 강조
억압하는 것은 ‘아수라 길’
정부 ‘제석천 길’ 선택해야

초기경전인 ‘쌍윳따니까야’에는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제석천과 아수라왕의 대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약자를 억압하고 폭력으로 다스리는 정치방식에 대한 부처님의 견해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오랜 옛날 천인과 아수라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났다. 양쪽 군대가 마주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수라왕이 제석천에게 제안했다. 칼과 창이 아니라 시로 겨루자는 것이었다. 제석천이 흔쾌히 받아들이자 둘은 심판관들을 정해 공정하게 판단하도록 했다. 아수라왕이 먼저 시를 읊었다. “제어하는 자가 아무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들은 전보다 더 화를 내네. 그러므로 공포의 처벌로써 어리석은 자를 눌러야 하리.” 아수라들은 환호했고 천인들은 침묵에 빠졌다. 이번에는 제석천 차례였다.

“남이 화내는 것을 알고 사티(알아차림 수행)를 확립하여 마음을 고요히 하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자를 누르는 것이네.” 이번에는 천인들이 환호했고 아수라들이 침묵했다. 다시 아수라왕이 읊었다.

“어리석은 자가 그대를 두고 ‘그는 나를 두려워하며 참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가 도망가는 자에게 더욱 맹렬히 달려들 듯, 어리석은 자는 더욱 그대를 쫓으리.” 잠시 후 제석천이 다시 읊었다.

“내가 두려워하여 그것을 참는다고 생각하든 말든 최상의 이익을 성취하려면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네. 참으로 힘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는 사람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악해지리. 다른 사람이 화내는 것을 알고 사티를 확립해 마음을 고요히 하면 자신과 남, 모두 이익을 얻을 것이라네.”

제석천의 시가 끝나자 심판관들 모두 제석천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말했다. “아수라왕이 읊은 시들은 폭력에 속하고, 무기에 속하고, 싸움에 속하고, 불화와 전쟁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제석천이 읊은 시들은 폭력에 속하지 않고, 무기에 속하지 않고, 싸움에 속하지 않고, 불화와 전쟁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 얘기에 따르면 부처님은 제석천의 입장에 서있다. 힘 있는 자가 자신을 깔볼까봐 남을 억누르고 두렵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반면 누가 자신을 업신여기든 아니든 인내하며 정진해야 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7월15일 경북 성주군청에서는 사드 배치 관련 설명을 하려던 황교안 총리에게 달걀과 물병을 던지고 트랙터로 총리 일행을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해당자를 찾아내 사법처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권력을 내세워 또다시 군민들을 윽박지르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군사지역에서 살게 된 성주 군민들의 절망감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얘기들도 나온다.

▲ 이재형 국장
사드 배치 지역은 전자파의 위해성 유무를 떠나 유사시 가상 적국의 1차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충분한 협의와 설명이 필요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정부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사태를 두고 강압적인 대처가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부처님은 권력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인내를 꼽았다. 권력을 쥐었다고 찍어 누르고 입을 막는 것은 서로 불행해질 뿐이다. 정부가 제석천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아수라의 길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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