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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재불사다

기자명 김대원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갔는 데도, 다시 자갈처럼 돌이 깔린 가파른 길을 500여 미터나 더 올라가야 했다. 숨이 차오르는 걸 참으며 힘들게 한발 한발 오르니 얼마쯤 가서 돌에 ‘법구경’ 한 구절을 새겨 놓은 것이 보인다. 잠시 멈춰 서서 읽어보며 쉬어갔다. ‘법을 즐기면 언제나 편안하다. 그 마음은 기쁘고 그 뜻은 깨끗하다. 이런 어진 사람은 성인의 법을 들어 그것을 항상 즐거이 행한다.’(법구경에서)

이 법구를 읽고 나니 이렇게 힘들게 산길을 올라가는 것도 수행의 일환이려니 생각하며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드디어 절에 닿았다. 마침 주지이신 선공 스님께서 법당 벽 수리를 하는지 진흙을 이기며 일하다 말고 우리를 맞아주셨다. 산비탈의 작은 채마밭도 스님이 직접 일구고, 땔감으로 장작도 넉넉히 마련해 두셨다. 모든 일을 손수 하니, 옛 스님들처럼 일하며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 해 전에 전 조계종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님을 모시고 745곳의 전국전통사찰을 순례할 당시 경남 김해 영구암에 들렀을 때의 기록이다. 이처럼 규모가 작고 수행환경이 소박한 사암들이 생각 외로 참 많다. 이 암자의 주지스님처럼 손수 팔 걷어붙이고 일하며 주경야독(晝耕夜讀)수행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스님들을 뵐 수 있었다.

그런데 사찰순례를 하다 보니 작은 암자나 규모가 큰 사찰을 가릴 것 없이 아직도 법당불사가 이어지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었다. 한적한 시골 산사에 신도 숫자도 적어 법당 하나만으로도 좋을 것을 굳이 그 옆에 또 법당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의아스러웠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 받은 전통사찰 유지관리비의 용처를 증빙하기 위해서인 측면도 일견 이해는 갔지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 또한 절감했다.

점점 인구는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스님이 되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 터인데, 그 많은 절들을 누가 어떻게 유지해 나갈까도 걱정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인재불사에 눈길을 돌려야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절감하게 된다. 언젠가 한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정부의 어느 기관에 위원으로 위촉되신 스님께서 일할 사람을 불자 중에서 추천하려해도 마당한 사람 찾기가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도 인재불사의 시급함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드 자동차회사의 창업주 헨리 포드는 “나의 공장을 가져가고 차를 부셔도 좋다. 다만 나에게서 포드 사람만 빼앗아 가지마라. 그러면 이 사람들과 함께 다시 지금의 포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며 인재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스님들은 철저한 수행을 바탕으로 중생제도와 포교에 전념하고, 각 분야의 재가 인재를 발굴 육성해 대(對) 정부, 대 사회적 문제들을 담당케 하여 스님들의 짐을 덜 수 있는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천주교에서 신부님들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벽지의 작은 성당(공소)에 일반신도 중에서 소정의 자격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여 그 소임을 대체하는 것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교계의 미래를 책임 있게 이끌어나갈 인재는 그냥 개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스님, 사찰, 더 나아가 종단 차원에서의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질 때 훌륭한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이에 병행하여 재가신행단체를 비롯한 각 종단의 신도회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들을 공론화하여 해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역량결집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김대원 시인·수필가 dk9595@hanmail.net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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