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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가 박원자

스님들 출가 첫 마음서 비로소 날마다 수승한 인생 만나다

▲ 작가 박원자의 눈주름이 먼저 웃는다. 20년 넘게 만나온 출가수행자의 여물어가는 초발심서 자비도 느꼈으리라.

시인 정현종은 노래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과거, 현재, 미래 그러니까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도 따라오기 마련이기에….

월간 ‘해인’에 호계삼소 연재
‘행자시절’ 시리즈 높은 호응
라이프스토리텔링에 신심 새겨

졸업논문 주제 찾다 삼보 귀의
1080배 100일 기도로 삶 변화
청화 스님 가르침 배우며 정진
남편 등 가족들 부처님 품으로

스님 48명 초발심·구도 열정
수행자 향한 존경 담긴 글로
삶 바꾼 절절한 여정 담아내

130여명 넘는 스님들을 만난 작가 박원자(60, 승진행)가 인터뷰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조심하는 이유다. 위 없는 깨달음 구하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력으로 수승한 출가를 결심한 스님들이 어찌 가벼울 수 있을까. 자비로우면서도 촌철살인 같은 스승의 가르침과 절박한 마음으로 점철된 구도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한 사람의 일생이었다.

“출가나 수행의 가치를 굉장히 높이 두고 있어요. 스님들 만나면서 그 가치를 더욱 크게 느껴요. 수행은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편이자 힘이에요. 스님들의 청정한 마음과 삶이 치열하고 절절한 수행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알면 존경심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 ‘스님의 첫마음’
박원자 지음/ 뜨란
작가 글에 정성과 존경, 신심이 묻어난다. 스님들 일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하나로 겹쳐졌기 때문이다. 절절한 스님 일생이 군더더기 없는 글로 되살아나자 오히려 출가초발심이 도드라졌다. 해인사 금강굴 불필 스님은 박 작가에게 “보석 같은 삶을 하나하나 잘 꿰었다”며 수희공덕상을 주고 싶어 했다. 지리산 도현 스님은 “정말 감명 받았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소사 선원장 철산 스님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스님 48명의 마음에 가슴이 저민다. ‘스님의 첫마음’(뜨란, 2016)이다.

 

부서지기 쉬워서 부서지기도 했을 법한 첫 마음은 단단했다. 조계종 전 종정 법전 스님은 “집에 가려거든 여기 와서 밥 먹고 큰 이 살을 베어놓고 가거라”는 묵담 스님 일갈에 용서를 구하고 등신 소리, 바보 소리 들으며 정진했다. 불필 스님은 3년 결사를 끝내자마자 또다시 의자도 이불도 없이 100일 동안 서서 살다시피 하며 참선한 경험을 회고했다. 스님은 ‘초발심을 낼 때가 바로 깨달음의 자리’라는 만고의 진리를 믿고 끊임없이 정진했다. ‘오늘 혹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잠 잘 수 있겠느냐’며 수행했다.

▲ ‘스님의 첫마음’ 출간 뒤 스님들 응원과 격려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첫 마음 내고 배우는 것은 참회와 하심이기도 했다. 자신을 절에 두고 간 할머니가 미워 날마다 눈물바람을 일으킨 관후 스님은 할머니 부음을 듣고 나서야 깊은 참회를 올렸다. 스님은 남에게 상처주지 말고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고 간절히 청한다. 제자를 보살피는 스승의 관심은 뭉클하다. 추운 겨울밤 어린 제자를 방에 불러 자신의 요를 내준다. 참기름 한 방울도 아껴 쓰라고 호된 꾸중을 하고서는 스무 개가 넘는 기름병을 넌지시 가져다 놓기도 한다. 스승이나 제자나 한결 같다. 스님들 첫 마음은 우리네 일상에 용서와 사랑, 자비 그리고 배려를 가르친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함께 부처님 가르침 공부했고, 엄격하고 바른 스승 앞에 있었고, 때로는 치열하고 지난한 구도 현장에 몸담기도 했어요. 글을 쓸 때면 일생에 감화된 제가 스님이 돼 있더라고요. 글 주어가 ‘나’가 된 이유에요.”

글에 담긴 깊이처럼 박 작가, 그녀의 신심은 오래되고 그만큼 익고 여물었다. 숙명여대서 중국문학을 전공했다. 졸업논문주제를 덜컥 ‘위진 남북조시대 중국문학에 나타난 불교사상’으로 정했다, 겁도 없이. 불연이 꿈틀댔다.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정작 불교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마음에 담아두니 눈에 들어왔다. 학교 정문 게시판에 불교교리기초강좌 포스터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이기영 동국대 교수가 이끄는 한국불교연구원 강좌였다. 3시간이 훌쩍 지날만큼 빠져들었다. 시들했던 캠퍼스 생활에 활기가 돌았다. 겨울방학 때 내장사에서 가졌던 첫 수련회, 또래 도반·선배들과 야학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쳤던 추억은 인생의 황금기였다. 꽃다운 스물 셋, 그녀는 그렇게 불교를 만났다.

불연은 무심코 절[拜]로 그녀를 안내했다. 결혼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일이 너무 힘들었고 스스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달라져야 한다.’ 부처님 법문이 고(苦)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다. 동네 가까운 절을 찾아가 인생 첫 3000배를 했다. 그날이 성도재일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다르게 마음은 똑바로 서기 시작했다. 불교 언론에서 일간지 편집국장이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1080배 100일 기도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녀도 100일 기도를 입재했다.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시기였지만 그녀에겐 잊을 수 없는 환희의 나날이었다. 40대 초반, 동국역경원서 번역 마감에 쫓기고 서너 시간밖에 못 자던 하루하루였지만 피로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마감이 늦어지면 새벽 한 두시까지 1080배는 꼭 마쳤다.

“나를 돌아보고 참회하니 많은 부분이 변했어요. 남편 손잡고 참회한다고 했어요. 어머니,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그랬죠.  수행은 빛이에요. 사람은 밝음으로 향하기 마련이죠. 스님들 보면서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듯 가족도 그랬나봐요.”

▲ 막내딸과 모녀안거. 딸을 향하는 따듯한 모정이 찰나에 담겼다.

큰 딸과 작은 딸도 틈만 나면 108배를 한다. 삼보에 귀의한 남편 장건(61, 인월) 거사는 김천 수도암서 21일간 매일 3000배 하고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을 창립했다.  남편은 그녀가 운영자로 있는 카페 ‘금강(金剛)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cafe.daum.net/vajra)’에서 수행정진하는 도반이기도 하다.  ‘금강~’은 청화 스님 염불선 수행가풍을 이어 정진하는 모임이다. 

그녀의 절수행은 스님들에게 작가보다 신심 깊은 불자로 각인되는 계기였다. 그녀는 100일 기도 중 1080배를 하지 못하는 날엔 취재차 찾은 사찰에서도 절을 하곤 했다. 한 스님을 인터뷰하러 갔던 자리에서도 시간이 남아 절을 했다. 뒤늦게 온 스님에게 그 모습은 인상 깊었다. 훗날 인터뷰했던 스님의 상좌스님이 이런 말을 전했다. “은사스님이 박 작가를 ‘그 때 절하던 보살님’으로 부르시더라”고. 그렇게 글쟁이보다는 ‘신심 깊은 작가’로 알려져 갔다. 그녀는 지금도 ‘금강경’을 1독하고 하루 300배를 거르지 않는다. 역경위원 시절 당시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이 주신 법명 승진행(勝進行). 날마다 수승하게 정진하라는 뜻을 어기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때뿐이다.”그녀는 작은 깨달음을 쉬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들을 뵐 때마다 되새김질 한다. 1996년부터 12년 동안 월간 ‘해인’에 ‘나의 행자시절’이란 이름으로 120여명 스님 이야기를 연재하고 3권의 책으로 낼 때도, 앞서 호계삼소 연재에서 스님들 라이프스토리를 쓸 때도 그랬다.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대담집 ‘어떻게 살 것인가’, 수행자들에게 행복한 삶의 길을 물은 ‘인생을 낭비한 죄’, 인홍 스님 일대기 ‘길 찾아 길 떠나나’를 펴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법전 스님 수행기 ‘누구 없는가’, 혜암 스님 법문집 ‘혜암대종사법어집’, ‘이 땅의 유마 대원 장경호 거사’ 등에도 신심이 깔려 있다.

“‘초발심자경문’에 ‘3일 동안 마음 닦는 것은 1000년 보배요, 100년 물질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 티끌’이라는 말이 있어요. 온갖 번뇌로 오염된 마음을 닦아 본래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스님들 가르침이 1000년 보배입니다.”

작가 박원자의 첫 마음은 뭘까. “본래 갖춰진 부처님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반 발자국만이라도 가깝게 가야 한다.” 그 발원이 첫 마음이자 스님들 뵈면서 잊지 않게 되는 초발심이다. 그녀는 오롯이 수행에 전념한 스님들이 상대방을 이 세상 마지막 만난 사람처럼 진정으로 대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순간 성의를 다하는 찰나마다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기자를 대하는 작가 박원자의 마음이 먼저 웃는다. 눈주름이 따라 웃는다. 20년 넘게 만나온 출가수행자의 금강 같은 초발심서 배어나오는 자비도 느꼈으리라.

언뜻, 승우당(勝友堂)에 걸린 청화 스님 흑백사진도 미소 짓는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박원자 작가 추천도서

 
‘원통불법의 요체’/ 성륜불서간행회/ 성륜각
수좌스님들 청법으로 열린 태안사 7일 특별법회의 청화 스님 법어를 녹음해 기록한 법어집이다. 참선에 있어 실제로 닦고 증득하는 수증론이 주 내용이다.

“읽을 때마다 감탄한다”는 박 작가는 “선지식이 10부 능선 위에서 불교를 내려다본 책으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다”며 “체험과 깊은 지혜와 자비에서 나온 글”이라고 추천했다.

 

 

 
‘십현담 금강경’/ 해안 강의/ 전등사·전등선림
“철산, 동명 스님 등 제자를 통해 존경심 일었던 해안 스님의 강의다. 평생 읽고 싶다. 좋은 저서가 묻혀 있어 안타깝다. 최고 ‘금강경’ 서적으로 기획해 출판하고 싶다.”

박 작가를 ‘금강경’에 빠지게 한 책이다. 조계종 소의경전 ‘금강경’ 강의에 있어 독보적 경지를 이루고 지금까지도 후학의 추앙을 받는 해안 스님의 ‘금강경’과 ‘십현담’ 강의를 엮었다.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지음/ 시사IN북
신간소식을 접하자마자 박 작가를 서점으로 달려가게 한 책이다. 40년 글쓰기 체험을 바탕으로 풀어놓은 소설가 조정래만의 이야기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자전에세이다.

박 작가는 “삶을 대하는 철학과 태도, 어떻게 취재하고 글을 쓰는지 작가로서 나를 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몰입’/ 황농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몰입의 위대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으로, 몰입의 개념과 필요성부터 몰입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설명했다. 우리 안에 숨은 잠재력을 일깨우고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몰입이 곧 그대로 수행이었다”는 박 작가에게 인상적인 책이었다. 수행을 주제로 책 한 권 쓰고 싶게 만든 서적이다. 그녀는 절수행을 스토리텔링으로 집필할 생각이다.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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