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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맘

대학시위에 엄마들 등장
자식 몰래 ‘대리맞선’도
믿고 바라보는 게 사랑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화여대에서는 점거농성과 경찰병력 투입으로 극단에 치달았다. 이런 대립의 한가운데서 1인 시위에 나선 학부모의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2년 반제로 학생 뽑는다니 1년 반 등록금 돌려 달라! 학위장사 알았으면 공부 뒷바라지 안 했다’라는 항의 문구를 어깨에 건 중년 여인이었다.

불과 수년 전까지도 대학 시위 현장에 학부모의 등장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시위 주도 학생을 견제하려고 학교나 정보기관에서 학부모에게 알리는 게 고작이었다. 시위 현장의 학부모 등장은 요즘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헬리콥터 맘의 연장 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헬리콥터 맘은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에 다 참견하는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과거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에 이어 대학가에도 엄마들의 극성이 논란이 되고는 한다. 시험 성적을 둘러싸고 교수와 학부모의 실랑이가 빈번하며 수업교재나 결석과 관련된 학부모의 요청이 잇따른다고 한다. 지난 2월 이화여대는 이런 흐름에 맞춰 ‘학부모 포털’을 개설해 학생 관련 기본 정보, 주요 행사 안내를 비롯해 학생의 동의를 얻으면 성적 등 학생 관련 기본 정보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엄마들의 간섭은 대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육군훈련소에 전화해 후방으로 자대배치 해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매일 아침 군부대로 전화해 아들의 안부를 묻고 종종 건의도 한다. 심지어 ‘대리맞선’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 당사자들 몰래 부모들이 만나 서로 조건을 따져보고 혼수나 집장만 등에 대한 논의까지 나눈다는 것이다.

이런 엄마의 노력은 자녀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학, 직장, 배우자 선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일 수는 없다. 오히려 집착이 괴로움으로 작용하고는 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자녀가 감당해야 할 고민을 끌어안음으로써 심각한 스트레스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자녀는 자녀대로 자립성과 결단력이 떨어지고, 잘하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는 ‘생활치’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도 부족하다 보니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대학생들을 두고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 이재형 국장

 

이런 점에서 통일신라 시대 진정 스님 어머니의 자식사랑 방법은 의미가 크다. 홀어머니를 모시며 나무를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아들이 무심코 출가의 뜻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마지막 남은 자루 속 쌀까지 털어주며 주저하는 아들을 보내려 했다. 지금은 안 된다며 펄쩍 뛰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자식의 출가를 막은 죄로 이 어미를 지옥에 빠뜨릴 셈이냐? 그게 정녕 너의 뜻이더냐?”고 말했고, 그는 어머니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길을 걷도록 했던 이런 어머니의 결단이 진정 스님을 신라 화엄학의 대가로 이끌었음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올바른 자녀교육의 기본은 어릴 때 충분히 돌보고 성장할수록 자율성을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다 큰 자식을 끼고 도는 것은 집착에 가깝다. 성장한 자녀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믿고 바라보는 게 보다 큰 사랑이 아닐까.

이재형 mitra@beopbo.com
 


[1355호 / 2016년 8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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