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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6.08.23 10:35
  • 수정 2016.08.23 15:01
  • 댓글 0

완주 송광사가 8월14일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의 하나로 전국 각지에서 터 잡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들을 초청해 그들의 애환을 풀어줬다고 한다. 이주민과 그 가족 300여명이 참석한 행사에서는 베트남식 법회, 베트남 음식 나누기, 베트남 효도법회 등이 열려 이주민들은 마음속에 맺힌 설움을 풀고, 한국불자들은 조금이나마 이들의 애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송광사 주지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이주민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이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함께 기도하며 선법의 생활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니, 이주민을 향한 열린 마음이 절실한 시절에 반갑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주민을 향한 우리사회의 일반적 시선과 행동은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주민 200만 시대를 맞았음에도 아직까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등 이주민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지는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을 향해서는 멸시하는 듯한 눈길이 더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고의적으로 이들에게 내국인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부당한 임금을 지급하거나, 심지어 그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체불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그 가정의 아이들을 향한 시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성장이 조화롭게 균형 잡히지 못한, 정말이지 낯부끄러운 우리사회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이주민을 향한 시선이 이방인 취급하는 그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이주민 200만 시대인 지금 서울의 영등포구, 금천구, 구로구 등 일부 지역은 인구의 15% 가량이 이주민이다. 또한 UN에서 한국사회가 지금의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6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의 노동력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듯, 앞으로 이주민의 정착 비율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주민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고, 이방인이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 말 그대로의 이웃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일 사찰 송광사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상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이주민의 손을 잡아주고 보듬어주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향후 많은 불자들이 이렇게 이주민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이주민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이웃이 될 수 있고, 이웃을 넘어 그 자체로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설 수 있다. 이는 곧 정토 세상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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