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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규탁 한국선학회 회장

“절차적 정의 준수해 학회 운영 투명성 제고”

▲ 신규탁 교수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맥·학맥에 구애되지 않고 학문적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학자로서, 학회장으로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4월, 한국선학회는 당시까지 42번의 발행을 이어온 학회지 ‘한국선학’의 명칭을 ‘선학’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역에 국한된 선 연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2월 영문 명칭을 ‘Journal of Korean Seon Studies’에서 ‘Journal of Seon Studies’로 변경한 뒤였다. 실무이사회에서 제호 변경에 대한 건의가 나왔고 학회 이메일로 이사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두 수렴했다. 동의를 얻는 과정은 더뎠지만 일단 의견이 모아지자 후속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호 글씨체, 표지·내지 디자인에 대한 실무이사진의 합의 과정을 거쳐, 4월30일 한국선학회의 학회지 ‘선학’이 새로운 모습을 세상에 선보였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한국선학회 회장은 “회장으로서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회원들이 의견을 모아주셔서 제호를 변경할 수 있었다”며 “인간의 마음은 본래 합리적이기 때문에, 개방된 논의의 장을 만들면 그 합리성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8대 회장 선출된 직후부터
회칙에 따른 학회 운영 공고화
학회지 명칭 ‘선학’으로 변경
회원 자격 관련 회칙 개정도

편집권·재정 수급 투명성 강조
회원 개개인 소속감 높아지면서
정기이사회 출석률 95% 웃돌아

‘불교학은 인간학’ 신념 가지고
개인 실력 배양·인식 전환 매진
“실력이 존중받는 분위기 되길”

이러한 학회지 명칭 변경은 지난해부터 한국선학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을 함축하고 있다. 2000년 3월 창립된 한국선학회는 한국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역사·문화 학문적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불교학을 비롯한 인문학자들과의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신규탁 회장은 ‘학회는 학문을 하는 연구자들의 학문 교류 장’이라는 신념으로 △학회지 위상 제고 △춘·추계 학술대회의 개방성 △연구자 상호간 신뢰 축적 △재정의 안정적 수급 등을 약속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선학’ 편집장을 역임하며 오픈된 공간으로 방향성을 정립했기에 가능했던 약속이었다.

임기가 시작된 직후 신규탁 회장은 최우선적으로 회칙에 따른 운영을 명확히 했다. 이사진을 총회에서 선출했고, 해당 이사의 취임승락서를 받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과정이지만, 적지 않은 학회들이 직면한 여건을 고려해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또한 회원 자격에 대한 회칙도 개정했다. ‘불교 관계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불교에 관심 있는 자’라는 다소 모호한 규정을 ‘선학을 연구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선 관계 전문 논문을 등재지 또는 등재후보지에 3편 이상 발표한 개인’으로 바꾼 것. 물론 회칙 변경은 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정기이사회 출석률이 95%를 웃돌 정도로 올라갔다. 회원의 90% 이상이 회비를 납부하게 된 것도 놀라운 성과였다. 학회 이메일로 회의 안건을 사전에 공지하고 때로는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을 부탁하는 등의 노력도 뒷받침됐지만, 무엇보다 회칙에 따른 투명한 운영과 의견 수렴의 열린 시스템이 회원들의 공감을 사며 소속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규탁 회장은 “정의가 정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절차가 정의로워야 한다”며 한국선학회의 의사결정구조에 ‘절차적 정의’를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탁 회장이 강조하는 ‘절차적 정의’는 ‘학회지 편집권 독립’과 ‘학회 재정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결실로 파생되고 있다. 편집장 시절,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논문 작성자의 이름을 지운 뒤 심사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던 신규탁 회장은 ‘선학’의 편집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한국선학회 이메일과는 별도의 편집위원회 이메일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으며 한국연구재단에서 제공하는 JAMS(온라인논문투고시스템)를 도입해 투고와 심사, 게재 등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회장으로서 후원을 받아오는 것 역시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거치고 있다. 매년 초, 사찰·단체 20곳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한 뒤 결의가 이뤄지면 그때서야 지원을 받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찬양 일색의 이른바 ‘문중교학’을 배제하기 위해 한 군데서 최대 100만원씩만 지원받는다는 기준을 세운 것도 ‘절차적 정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한국선학회 회원을 포함한 연구자들의 학문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신규탁 회장은 국제학술대회의 의의를 한국불교학계 연구 깊이와 방향을 점검하는 데 두고 있다. 과거 삼국시대부터 불교연구의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학계가 세계 석학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과, 그것을 개개인의 자긍심으로 각인시키겠다는 발원에서 비롯됐다. 실제 회장 선출 당시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지난 8월18~19일 ‘훈민정음 반포 570돌 기념-불교와 한글,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규탁 회장이 강조하는 ‘절차적 정의’와 ‘학문적 자긍심 고취’는 결국 개개인의 실력 배양과 인식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구, 인간학으로서의 불교학’에 대한 지향과 무관하지 않다. 1978년, 남양주 봉선사에서 월운 스님이 강의하는 모습에 발심, 3년 동안 봉선사에서 살며 불교를 배운 것이 출발이었다. 1987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학에서 ‘규봉종밀의 본각진심 사상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믿음’과 ‘진리’ 사이에 놓인 ‘학문적 검증’을 위해 매진해왔다. 대장경에 스민 저자들의 인생관·세계관에 지금까지도 호기심을 느낀다는 신규탁 회장은 ‘선학사전’ ‘선사들이 가려는 세상’ ‘벽암록’ ‘선과 문학’ ‘선문수경’ 등 많은 역·저서를 출간하며 인간에 대한 관심을 학문적으로 풀어놓았다.

투명성·합리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 과정처럼 한국불교계가 연구자를 키워내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신규탁 회장은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맥·학맥에 구애되지 않고 학문적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학자로서, 학회장으로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kb0202@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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