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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청소년 설법과 스토리텔링 ①

먼저 설법 설계도 만들고 내용 채워나가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일상에서 해방돼 템플스테이와 사찰수련회를 찾는 청소년들은 그 한가함에 더해 지혜와 추억이 깃든 설법을 기대한다. 이러한 청소년을 위한 설법사례로 조계종 포교원이 제작한 ‘법화와 설법’이라는 자료가 유용해 독자와 함께 음미해보기로 했다. 주제는 ‘오늘 할 일을 하라’. 설법목표는 시간의 빠름을 이해하고 인격을 닦기 위해 노력할 것과 좋은 만남, 좋은 친구를 가져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신행생활에 있어서도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게 참된 불자의 삶임을 강조했다.

경전 인용, 신뢰·경외감 전달
체험서 우러난 지혜도 효과적

설법 설계도를 먼저 만들고 내용을 채우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렇게 설계도를 만들어두면 시기와 청중에 따라 내용만 바꿔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이 자료는 소주제를 크게 네 줄기 가닥으로 나눴다. 세월의 무상함, ‘오늘’의 가치, 최선을 다하는 삶, 좋은 경험과 좋은 만남(연기법의 삶)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다는 것. ‘좋은 경험과 만남’을 설명하면서 연기법을 설명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설법의 본질을 되살리고 청소년 일상과 경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을 일러준 것이다. 청소년들은 방학기간 어렵게 결정해 절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새 출발의 다짐과 추억, 지혜의 말씀을 오래도록 보듬고 싶어 한다.

이런 청소년들을 위해 본격적인 설법에서는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라는 소주제로 좁혔다. “시간이 지나갈 때는 느린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한없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매 순간이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매우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와 관련해 부처님께서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면서 ‘상응부경전’을 인용했다.

“비구들이여 여기에 활을 잘 쏘는 사람이 네 명이 있다고 하자. 한 남자가 찾아와 그들에게 장담을 했다. ‘당신들 네 사람이 동시에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활을 쏘면 나는 그 화살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거두어들여 보겠소’라고 말했다면 어떻겠는가.” “대덕이시여, 참으로 대단한 속도입니다. 한 방향으로 쏜 화살이라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대단히 빠른 사람일 것입니다. 하물며 네 명의 궁수가 사방으로 쏘는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거두어들인다면 그 빠르기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구들이여, 그러나 그 사람보다 훨씬 빠른 것이 있다. 해와 달이 하늘에서 뜨고 지는 것은 더욱 빠르다. 그리고 해와 달이 하늘에서 뜨고 지는 것보다 더욱 빠른 것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다해가는 것은 해와 달보다도 훨씬 빠른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렇게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은 해나 달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제 쉬지 말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화제를 청소년 일상의 문제로 전환했다. 시간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 그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렇게 청소년의 궁금증을 유도한 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면서 다시 경전을 인용했다. “비구들이여, 오늘 나는 이른바 일야현자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흘러가는 것을 뒤쫓지 마라./ 오지도 않은 것을 바라지 마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린 것./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은 것./ 그러므로 지금 존재하는 것만을/ 있는 바대로 정확히 보아야 한다./ 흔들림 없이 동요됨이 없이/ 정확히 보고 실천하여야 한다./ 다만 오늘 할 일을 열심히 하라./(중략)/ 한마음으로 게으름 없이 실천하려 한다./ 이와 같은 이를 일야현자라 하고/ 마음을 평정한 자라 일컫는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일야현자경’의 구절을 절묘하고 자연스럽게 인용했다. 후회보다는 오늘 이 시간에 흔들림 없는 최선을 다하라는 부분을 경전으로 인용함으로써 신뢰감과 경외감을 동시에 전달했다.

문장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이거나 어렵게 해석하는 오류를 막고자 “아무도 내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장담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하루만 살 것처럼 아무렇게나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고 지금 최선을 다해 살려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입니다”라고 포교사 혹은 스님의 체험에서 우러난 지혜의 메시지를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경전과 체험사례를 잘 버무려 설법의 자비로움과 스토리텔링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 경우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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