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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빠진 불교시위

불교계 막무가내 시위 확산
눈길 끌지만 불교에도 상처
불교적인 시위 모색해야

9월5일 구례 화엄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 최모씨 등 4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확성기를 이용해 스님과 신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 주동자인 최씨는 화엄사 말사인 순천의 한 사찰 주변에 몰래 모친의 묘를 조성했다. 이를 발견한 사찰측이 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최씨는 묘를 옮기라는 명령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장을 거부하며 사찰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사인 화엄사로 옮겨 시위를 이어갔다. 해당 말사 주지와 사무장을 해임하고, 집회 비용 및 어머니 장례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최씨는 자기 동생 등 4명과 함께 5월24일부터 한 달 가량 차량에 확성기를 설치하고 매일 밤 장송곡을 틀어댔다. 장송곡 소리가 법의 허용치를 넘지 않았지만 고요한 산사에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스님들이 늘어갔다. 휴식을 취하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이들도 밤잠을 설쳤다. 낮이 되면 이들은 천막에서 불법 취사를 하고 술까지 마셨다. 시위가 장기화될수록 사찰을 찾는 이들은 부쩍 줄었고 주변 상인들 피해도 커져갔다. 결국 화엄사측은 이들을 고소했고, 이번에 처벌받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합법적인 시위라도 지속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시위가 사람들의 눈길을 쉽게 사로잡지만 상대적으로 불교 위상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래 이런 시위가 일반인들이 아닌 불교 관련 단체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초 한 교구본사에서 열린 시위가 대표적이다. 그날 사찰에는 행사 중에 난데없이 황소 3마리가 등장했다. 이곳 주지스님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측이 ‘XX가 교구본사주지를 할 수 있다면 개나 소나 다 주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또 조선시대 죄인에게 북을 짊어지게 하고 거리를 돌게 하는 ‘명고축출’ 행사도 벌였다. 이 때문에 애초 기획했던 행사가 엉망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후 이와 비슷한 시위들이 종종 벌어진다. 지난 5월초에는 불자와 시민들 30만명이 참여하는 연등축제에서 특정 스님을 비판하는 기습 피켓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는 억울함이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행위다. 그렇기에 부정할 수도, 부정돼서도 안 된다. 시위 배경에 여러 가지 사연과 내막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시위 원인 제공자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지 않거나 적극적인 해명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다.

▲ 이재형 국장
그렇더라도 불교를 생각하는 단체라면 무엇이 ‘불교적인’ 시위방법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간의 시위를 불교에 끌어들임으로써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불교계가 받아야 할 상처와 후유증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시위방법으로 정착된 삼보일배는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초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였던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새만금살리기 운동에 삼보일배를 적용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반적인 시위가 갖는 선정성과 폭력성 대신 절실함과 진정성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어떤 이유로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시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불교를 위한 시위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은 시위는 불교를 멍들게 할 뿐임을 불교 단체라면 새겨야 한다.

이재형 국장 mitra@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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