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 법정 스님과 통도사 삼동초 겉절이

“사찰음식은 최근 유행하는 건강음식의 시조…소중한 문화유산”

▲ 일러스트=강병호 작가

경기도 이천 원적산 자락에 위치한 백사면은 풍광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수령 100년 이상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산수유마을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열매가 장관을 연출한다. 이 아름다운 산수유마을 입구에 단청 고운 영축사가 소박하고 고즈넉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앉아있다. 그리고 법정 스님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겨울철 삼동초겉저리
통도사에서 최고 별미

잡채는 자신 있는 요리
김 또한 특식으로 인기

음식은 ‘도 이루는 공양’
맛보다 정신 전달 중요

법정 스님은 1967년 열여섯 나이에 양산 통도사로 출가해 통도사 승가대학과 동국대 승가학과를 졸업하고 이천 영월암, 오산 보적사, 의왕 백운사 등에 머물며 포교와 전법을 위해 노력해왔다. 출가자로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곳을 거쳤지만 스님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은 영축산 통도사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에게 대찰 통도사에서의 행자와 사미생활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운력에 어른스님 시중, 공양을 준비하는 일까지 해내야 했고, 작은 실수라도 있는 날이면 불호령과 함께 3000배의 벌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 힘들었던 그 시간마저 지금 스님에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다.

“예전 통도사 살림살이도 작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스님과 학인, 행자는 물론 절일을 도와주는 재가불자들까지 100여명이 함께 생활했어요. 공양간도 그에 걸맞게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돌보는 원두스님만 3명이나 됐고, 공양간에 불을 때 주는 화목도 따로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들고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았지만, 식자재를 관리하는 원주스님은 인원수에 딱 맞는 만큼만의 쌀을 내주었다는 점입니다.”

통도사 스님들은 하루 세끼 모두 발우공양을 했다. 어른스님들과 학인스님은 물론 행자까지 모두 큰방에 모여 여법하게 공양을 했다. 밥은 메주콩이나 보리 등을 섞은 잡곡밥이었고, 반찬은 주로 김치와 콩나물, 제철나물 서넛 그리고 국이 나왔다. 국은 봄·여름에는 시금칫국과 아욱국, 가을에는 토란국과 뭇국, 겨울에는 김칫국이나 시래깃국이 제공됐다.

“행자 때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공양주, 갱두, 채공 등의 소임을 맡았고 100여명 대중들의 국을 만드는 일도 6개월 이상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상행자가 됐지만 나이가 어려 스무 살 넘는 큰형 같은 행자들 때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어요. 더욱이 키도 작고 몸도 약해 더 주눅이 들 수밖에요. 상행자가 되면 식자재를 관리하는 원주스님 보조일을 맡게 되는데, 원주스님이 바깥일로 출타할 때면 창고열쇠를 상행자에게 맡기곤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알았는지 힘세고 나이 많은 행자들이나 젊은 스님들이 몰려와 창고 열쇠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어요. 힘에 눌려 열쇠를 내놓아야 할 때면 서러움에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서리해가는 음식이라는 게 겨우 누룽지나 사탕 몇 알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스님은 행자와 사미생활을 거치면서 밥과 국, 나물무침 등 대부분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잡채와 삼동초 겉절이를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잡채를 만드는 법은 표고버섯과 홍당무, 시금치 등을 보기 좋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미리 따로 볶아둔다. 이후 불린 당면을 볶아둔 채소와 섞어 다시 한 번 볶아내면 맛있는 잡채가 된다. 겨울 석 달을 지내고 나온 채소라는 뜻의 삼동초(三冬草)는 배추의 한 종류로 한겨울 짚더미 아래서 자란다. 이 삼동초를 캐어 깨끗이 씻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간장과 소금, 고춧가루와 식초를 넣어 버무리면 삼동초 겉절이가 된다.

또 다른 별식으로는 ‘김’을 꼽았다. 지금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당시는 삭발일이나 어른스님 생일, 결제나 해제 등 특별한 날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양식이었다. 그러나 1인당 제공되는 양이 한두장에 불과하다 보니 그 맛을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기 위해 조금씩 떼어 아껴 먹었다. 통도사 시절 스님의 소원이 ‘매일 김을 먹는 것’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반면 어려서는 입도 대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고수나물이다. 봄철 통도사에서는 고수나물이 반찬으로 올라오곤 했다. 스님은 고수의 냄새조차 싫었지만 발우공양의 엄숙함에 내색도 못하고 발우에 담긴 고수나물을 삼켜야 했다. 이에 공양이 끝나면 멀리 냇가까지 뛰어가 코와 입을 씻고 또 씻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고수나물이 좋아졌고 지금은 직접 만들어 즐기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사찰음식은 최근 유행하는 건강음식의 시조라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의 식재료와 그 재료들로 담근 장을 활용해 맛을 내는 사찰음식은 전체가 보존되고 전승돼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때문에 절집 안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 합니다. 특히 사찰음식을 전할 때는 조리법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을 생각하고 도를 이루기 위한 약으로 삼는 ‘공양의 정신’이 함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법정 스님은

1967년 양산 통도사로 출가했다. 통도사에서 행자와 승가대학을 마치고 동국대 승가학과에서 수학했다. 이천 영월암, 오산 보적사 등을 거쳐 현재 이천 영축사에 주석하고 있다.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