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섭 대만 자제대학 한국대표

“자제공덕회 세계적 명성 배경은 불자들 바른 믿음과 실천”

▲ 박동섭 대표는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정치대학 민족연구소를 나왔다. 일본 출장 중 우연히 증엄 스님의 법문집을 접하고 대만 제제공덕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0년 10월 자제공덕회 창설자 증엄 스님의 첫 한국인 제자가 됐다. 현재 석유화학·무역 전문기업 ‘포모사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만 자제공덕회를 들어 보셨나요? 여기 스님과 불자들이 많이 계시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자제공덕회가 어떤 단체인지 잘 모르실 겁니다.

50년 맞은 대만 자제공덕회
72개국에 지부·천만명 회원
불교단체로는 세계 최대규모

지진·쓰나미 등 재해 때마다
제일 먼저 달려가 자원봉사
‘푸른 옷 입은 천사’로 불려

쓰레기 분리수거 일상화로
구호물품·운영비 등 마련해
자비실천 생활화 지속 교육

대만은 인구가 2300만명인데 이 가운데 80~85%가 불자입니다. 흔히 동남아시아 태국이나 미얀마, 라오스 정도를 불교국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만도 사실상 불교국가입니다. 대만에는 불교를 이끄는 많은 훌륭하신 스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지금의 대만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실천적인 불교, 자비불교를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 증엄 스님입니다. 증엄 스님은 비구니스님으로 25세에 출가해 1966년 자재공덕회를 만드신 분입니다. 올해로 딱 50주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스님을 따르는 제자가 1000만명이고, 그들과 함께 자제공덕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3000만명 가까이 됩니다. 현재 72개 국가에 자제공덕회 지부가 있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지부가 설립돼 있지 않아도 자재공덕회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나라만 해도 100여 국가에 이릅니다. 그런 점에서 자제공덕회는 불교단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체일 것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자제공덕회의 증엄 스님에 대해 자랑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자제공덕회 활동을 통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제가 대만 자제공덕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 10월31일 대만에 갔다가 증엄 스님을 뵙고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정식으로 수계를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국에는 대만 자제공덕회의 공식적인 지부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식적인 회원이 두 사람에 불과하고, 도움을 주는 회원들은 100여명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활동하는 분야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럼 왜 자제공덕회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지, 왜 훌륭하다고 여기는지 지금부터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자제공덕회의 활동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해외구호활동일 것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지진과 홍수,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습니다. 따라서 긴급하게 구호활동이 필요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자제공덕회입니다.

‘자제인’을 상징하는 푸른 상의와 흰바지를 입은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제일 먼저 달려갑니다. 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합니다. 이 때문에 자제인들은 세계 각국에서 ‘푸른 옷을 입은 천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제인들이 가장 먼저 재해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과 대응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제인들이 두드러지는 것은 불자로서 지극한 신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보에 귀의하고 불자로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가르침인 하심과 비움을 몸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 말고 놓으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수없이 들어도 이를 그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수행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제인들은 바로 그런 부처님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가장 주안점으로 두는 부분이 ‘자비’입니다. 자제공덕회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처님의 핵심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비를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좋은 일을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일도 옳은 일이어야 합니다. 좋은 일과 옳은 일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자제인은 ‘자비로움으로 행하되 요구하지 말라’는 것을 중요한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자제공덕회는 이런 증엄 스님의 가르침을 교육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을 처음에는 꺼리게 됩니다. 담배 연기에 기침을 하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속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다 보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잊어버린 채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게 됩니다. 이처럼 나쁜 일도 처음에는 어렵고 힘든데 좋은 일을 실천하는 것이 처음부터 쉬울 수 있겠습니까? 연습 없이 그냥 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차가 와서 누군가를 치고 지나갔다고 합시다. 달려가서 다친 사람을 꺼내 주는 일에 아무나 뛰어들 수 있을까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야기 해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환생을 믿습니다. 그리고 업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업도 선업과 악업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나 좋은 일만 계속할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의 많은 종교시설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릅니다.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둬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회를 했다고 해서 악업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또 ‘좋은 일만 많이 하고 살아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막상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업무상 중국출장을 자주 갑니다. 청도역에는 구걸을 하는 거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베푸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동전을 많이 바꿔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거지를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 보십시오.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그저 하루아침에 뚝딱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 보면 선업을 짓는 행위가 얼마나 귀하며, 그 행위를 얼마나 반복해야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불살생이라는 계율만 봐도 그렇습니다.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계율을 일상에서 지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불살생을 꼭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길을 걸어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길에는 개미와 같은 작은 생물이 많습니다. 그 때 이쪽에 있는 개미를 안 밟고 지나가겠다고 피해서 돌아가면 꼭 저쪽에 있는 작은 곤충이 발에 밟힙니다. 이렇게 되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막 걷게 됩니다. 그런데 한 두 번의 실수를 했다고 포기해야 할까요? 비록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이를 극복하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대만 자제공덕회에 가면 흙이 많습니다. 그곳에는 주먹크기 만한 달팽이도 많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길 한 가운데에 달팽이가 지나가면 차를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달팽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까 말까를 고민하다보면 다른 차가 달팽이 위를 지나가고 맙니다. 그 다음에 또 같은 상황에 처하자 이번에는 얼른 내려서 달팽이를 반대편 풀숲으로 옮겨 줍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리는 데 발 밑에서 빠지직 소리가 들립니다. 풀숲에 있던 다른 달팽이를 제가 밟은 겁니다. 스스로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서자마자 다른 달팽이를 보지 못하고 밟아 버렸다면 직전에 달팽이를 살려준 일을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겠다고 아무리 마음을 먹더라도 처음부터 바로 되지는 않습니다. 거듭 연습해야 지혜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교만해져서는 안 됩니다. 자제공덕회 회원들은 재난지역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갔을 때도 물품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웁니다. 나에게 물자가 있고 그 물자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보다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배우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께서도 호스피스라는 힘든 선택을 하셨습니다. 이 봉사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정말 보살이십니다. 저 역시 자제인들이 받는 교육을 공유하는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뿐입니다.

불자라면 일상의 삶 속에서 더 소중하고 올바르게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늘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자제공덕회의 몇 가지 좋은 일의 예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자제공덕회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합니다.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 같은 페트병을 수거하고 분리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만든 모포가 재난지역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자제공덕회가 구호물품으로 나누는 대부분의 물품이 바로 쓰레기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방송국이 자제공덕회에서 운영하는 대해방송국입니다. 대해방송국 운영비도 바로 이 쓰레기에서 나옵니다. 대해방송국은 광고가 없는 공익방송 입니다. 그 방송국 운영비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비용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통해 마련된 돈입니다. 그 돈으로 부처님의 법음을 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금도 합니다. 그런데 자제공덕회는 큰 회사의 큰 금액에만 의지하지는 않습니다.

증엄 스님은 회원들이 각자 열심히 사회생활하기를 주문합니다. 성실한 생활로 거둔 수입에서 일부를 당당하게 보시할 수 있도록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보시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꾸준히 고정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매일 조금씩 모으는 연습을 지속한다면, 한 번에 2만원을 내는 것보다 매일 모은 동전으로 1만원을 보시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일까요. 보시하는 연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습이 쌓이고 쌓이면 정말 큰 어려움을 겪는 곳에 대한 나눔이 필요할 때 참여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 쌓이면 악업이 선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꼭 물질적인 보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절에서 만나는 도반들이 서로 행복한 삶을 염원하고, 요양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매일 기원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 또한 나눔의 연습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연습을 통해 꾸준히 수행해 나갈 때 한국 불교는 희망이 있고 우리의 삶 자체가 자제한 삶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강의는 박동섭 대표가 9월23일 부산 당리동 관음사 내 소재한 환희요양원 5층 강당에서 열린 환희불교복지대학 제36기 호스피스 교육과정 개강식에서 특별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