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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명희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 53·법정행
스님께서 무문관에 들어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맏며느리로 설이 다가오는데 무문관에 올라간다는 것은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며칠 후가 결혼기념일이어서 더욱 마음에 걸렸다. 아무 말 없이 무문관 수행을 허락해 준 남편과 딸이 고마웠다. 미안한 맘을 뒤로 하고 용맹정진을 시작했다.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고 지금보다 더 나쁘지 않음에 감사하고 살자.” 좌우명에 얹혀 가기로 했다. 하루에 두 번 2층 환희선원에서 차크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잠자는 4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좌선을 했다. 총 5일 용맹정진을 했다.

무문관서 5일 용맹정진
몸은 파김치 맘은 청정
가족 긍정적 변화는 덤

첫째 날부터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쿤달리니(잠재 에너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진동이 너무 심해 속이 울렁거리고 탈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배가 아프고 갈비뼈가 아파 좌선하는 게 힘이 들었다. 환희선원에서 정진을 하면서 몇 번을 울었다. 함께 정진하시는 도반님들께서 짜증스러울 만도 하실 텐데 한분도 시끄럽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없으시고 끝나면 항상 열심히 하라며 용기를 주셔서 너무 고맙고 존경스러웠다.

때론 좌선을 하고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붉은색 더운 열기가 얼굴 사방에서 중앙부위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머리 구석구석에서 밝은 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와 온 방안이 환한 빛으로 가득 찼다. 머리가 산만큼 커진 느낌이다. 머리가 빛이고 빛이 머리가 되어 하나인 듯했다. 이것이 뭘까? 경험을 하고 있으면서도 참 신기하기만 했다. 동산만한 밝음이 점점 사라지더니 다음엔 몸의 단전에서 명치까지가 말린 가죽을 댄 듯 갑자기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해졌다.

등이 반듯이 세워지더니 투명한 지게 같은 게 받혀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뒷머리에도 머리 크기 만한 판 같은 게 고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등의 두 날개 뼈 양쪽엔 날개가 달린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 신비로웠다. 날개 뼈 부위쯤에서 올라오던 기운이 가만히 멈추고 난 뒤 잠시 후 머리의 백회로 하얀 지팡이 모양의 뭔가가 서서히 뽑혀 나가는 게 보였다.

머리가 맑고 시원해졌다. 이건 또 뭘까? 순간적으로 “아! 큰스님께서 ‘선, 명상의 향연’에서 말씀하셨던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막상 내 자신이 경험을 하고 나니 말씀이 이해됐다. 몸은 파김치가 되어 기진맥진이지만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또렷했다. 그렇게 아팠던 다리가 이제 시원해졌다.

“본래 마음에 다 맡겨 놓으니 그대로가 여여한 법이로세. 믿는 마음과 근본이 둘이 아니어서 믿는다 할 것도 없는 둘 아님의 믿음이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시공의 모든 관념을 넘어 자유자애하게 됨이라.”

본래 마음에 다 맡겨보기로 했다. 맨 처음 삼조 승찬 스님의 ‘신심명’을 접했을 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 있나 싶은 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개인적으로 참선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읽어보고 또 읽어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에 도움이 많이 돼 좋아하게 된 글귀다. 몸에 집착을 끊어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리가 아플 땐 관세음보살님 명호를 부르며 나를 잊어버리면 그나마 견디기가 좀 나았다.

며칠 만에 무문관 벗어나 땅을 밟아본다. 왠지 오랫동안 다른 세상을 살다온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연락 없이 집에 갑자기 나타났더니 남편과 딸이 깜짝 놀랐다. 내 종교생활을 탐탁찮아 하던 남편도 그날만큼은 수고했다며 꼭 안아주었다. 이런 것이 부처님 가피일까. 무문관을 갔다 오니 남편이 변해있었다. 합장을 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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