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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 입체 조명 ‘바라밀다’전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6.10.04 10:17
  • 댓글 0

초의 선사 열반 150주년을 기념하는 ‘초의 선사-바라밀다’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초의 선사의 저술과 선서화, 유품 등 70여점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시서화를 통해 초의 선사의 사상까지도 엿볼 수 있는 의미 깊은 전시회라 평가할 만하다.  

초의 선사를 알려면 초의 선사의 선심에 접근해야 한다. 그 첫 번째로 우리는 초의 선사가 다성(茶聖) 이전에 선교를 통달했던 선지식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고창 선운사의 백파긍선 선사가 임제종의 사상을 강령화한 ‘선문강요’에 의거해 선문 여러 종파의 특색을 밝힌 ‘선문수경’을 내놓았을 때 백파 선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선문사변만어’를 던지며 당당히 맞선 인물이 초의 선사다. 이 논쟁에 추사 김정희가 더해지고 후학들까지 가세하며 ‘선문사변만어’는 조선 말 불교지성을 일깨우는 기폭제 역할까지 맡는다.

초의 선사의 시 세계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의 시 세계는 불교적 관점의 ‘게’와 현대 시학 개념의 ‘시’로 나눠 볼 수 있다. 또한 초의 선사가 남긴 게와 시가 결코 다르지 않음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시학 측면서 볼 때 초의 선사는 다산 정약용의 시학 영향을 받았다. 초의 선사에게 전한 다산의 ‘시학론’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한 구절을 인용하면 이렇다. ‘시란 뜻을 말하는 것이다. 시를 배움에 있어 그 뜻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썩은 땅에서 맑은 샘물을 길어 내려는 것 같고 냄새나는 가죽나무에서 특이한 향기를 구하는 것 같아서 평생 노력해도 얻지 못한다.’ 초의 선사는 이후 삼매를 통해 얻은 선심으로 게와 시를 넘나드는 시심을 펼쳐 보였다.

제자 소치 허련은 스승 초의 선사를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매일매일 선사와의 대화는 모두 물욕 밖의 고상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습니다. 범부인 저이지만 어찌 선사의 광채에 물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빛을 받고 어찌 세속의 티끌과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초의 선사의 일상이 물욕을 벗은 찰나들이었음을 그는 증명하고 있다. 초의 선사의 시와 화폭, 다향을 통해 초의의 선심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바라밀 다’전에서 초의 선사의 광채에 물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전시회는 11월6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가을날 길을 나서 볼 일이다.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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