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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성인이란 사람의 독설

기자명 성원 스님

어쩌면 그토록 모질게 스스로 침몰하는가?

▲ 일러스트=강병호

쌀쌀하던 날씨가 오늘은 무덥기까지 하였습니다. 경 읽는 아침의 생생한 모습 너무나 잘 전해 받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재가 불자들의 신심나는 아름다운 전경을 곁에서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전하는 말미에 승가를 바라보는 아픈 마음을 적어 두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교양의 옷 벗어던진 채
적나라한 몰골 드러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진실 아니면 스스로 무너질 것

근일 언론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계절의 이야기랑 아련한 감성의 그림을 그려 전하기만 한다면 편지를 보내고 더욱 혼자서 아파오는 마음을 추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승가와 불교를 향해 너무나 직설적이고 악감정까지 느껴지는 글을 대하는 것이 정말 거북한 게 사실입니다. 그 발언의 진위와 사실을 따지기 전에 그래도 우리사회의 지성인이요 교양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어찌도 저렇게 모진 마음으로 우리의 모습이라 표현하려하는지, 어쩌면 저토록 스스로를 침몰하면서까지 독설을 쏟아내는 걸까? 저는 자꾸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우리불교의 깊은 곳에서 우리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이 만연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다면 하루 빨리 환부를 도려내고 그 치유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타인의 비난과 원망하는 말속에서도 스스로를 살찌우게 하는 자양분을 일구어 냅니다. 정말 무가치한 말들이고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 몰상식적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면 건전한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몰락하고 말 것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말하는 주제에는 공감하면서도 너무 심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제마저 수용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작금에 벌이는 일들을 보면서 황망해지기까지 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너그럽게 보며, 외부의 비난에는 분통한 마음을 지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사람들이, 그들이 불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쏟아내는 독설에 우리들이 스스로 함몰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이 아니면 그 스스로가 먼저 함몰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불교도 단체이고 보니 분노에 잠을 못 이루는 분들이 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독설을 퍼붓는 사람은 우리들이 함께 그 독으로 인해 발작이라도 일으키기를 바랄지 모를 일입니다.

처연하고 싶습니다. 처연했으면 좋겠습니다.

침소봉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단체 이다보면 많은 일들이 없지는 않겠고,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스스로 접근한 부위의 이야기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코 그것이 전체에 관한 말이 아닌 것을 너무나 명백히 알지라도 부분의 사실일 수도 있기는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비난과 독설에 흔들리지 말고 작게나마 우리 스스로를 한번쯤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필귀정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 할진데 우리들을 비난하는 정도야 다반사인 게 당연할지 모를 일입니다.

불자들이 늘 곁에 두고 가장 많이 읽는 ‘숫타니파타’의 구절이 생각납니다.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쩌면 우리들이 스스로 비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또 옛 스님들의 말씀에 악성비구는 묵빈대처하라고 일렀습니다. 못되고 근거 없는 악담을 퍼붓는 스님들에게는 묵묵히 대하라는 말씀입니다. 뭐라 말하면 오히려 더 큰 일이 일어나고 함께 뒤엉키다보면 함께 추한 모습으로 비칠 뿐입니다.

사실이 아니면 그냥 둬버리고, 장님이 표현하는 코끼리처럼 지엽적인 견해이더라도 다시는 그러한 견해조차 일구어내는 일이 없도록 우리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자비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얼마나 가련합니까? 타인의 작은 허물을 고치려 스스로 지성과 교양의 옷을 벗어던지고 적나라한 모습으로 세상에 자신의 몰골을 드러내는 사람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우리들이 보다 넓은 마음으로 이번기회에 그들을 끌어안아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더욱 남의 허물만 찾아다니며,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그 사람이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지 모를 일입니다.

보여줍시다.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불교의 당당한 모습을, 승가의 진솔한 모습을. 그래서 스스로 자신이 대중을 선동하려는 듯 자극적인 언어를 마구 사용한 일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담담히 우리들의 본지풍광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 편지글에 정말 스스로 느끼는 진솔한 공부의 길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말미에 이르러서 비명처럼 쏟아내고야 말았던 말이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끝내 제 가슴을 멍하게 물들이고 말았습니다.

“아, 스님, 스님들께서는 정말 잘 살아주십시오.”

그 어떤 악담보다 가슴 아프게 들려옵니다. 그 어떤 독설보다 더 무서운 독으로 변하여 비가 새는 지붕처럼 엉성해진 제게 퍼져와 한동안 모든 의식이 멈추게 하는 듯하였습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으면 이 가을 이리도 아프게 표현하셨을까? 출가의 길을 가는 일이 몹시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걸음걸음이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안타깝게 바라보는 수많은 응시자들의 눈빛이 함께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혼자만의 길이라는 생각에 철없이 뒤뚱거리기도 하고 객기 넘치게 뛰어 다닌 지난 시간 걸어온 길가에는 소리 없는 격려와 소박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신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눈빛이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때 늦은 지금에야 알 것도 같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통치자를 염려하는 것처럼, 스님이 신도들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불자들이 출가자를 우려하는 뒤바뀐 아픈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 것도 같습니다.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로 우리 불교를 향해 비난의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끌어안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가을을 엮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들의 일로 마음 아픈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러한 세상이 오면 진정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뚜벅뚜벅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문으로부터.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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