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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 죽은 자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불교의식

  • 불서
  • 입력 2016.10.24 15:31
  • 수정 2016.10.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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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구병시식’ / 만춘상현 지음 / 불교서원

▲ ‘주해 구병시식’
구병시식(救病施食)은 흔히 귀신을 쫓는 엑소시즘의 하나쯤으로 알고 있다. 불자 중에서도 불교의 대표적인 미신적 요소로 구병시식을 꼽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구병시식은 정말 비불교적이고 사라져야 할 의식일까.

구병시식은 퇴마와 크게 달라
귀신까지도 구제하는 게 목적
기존 구병시식 판본 비교분석
용어·방법·목적 등 쉽게 해설

‘슬기롭고 따뜻한 천도의식’이란 부재가 붙은 이 책은 구병시식에 대한 연구서인 동시에 어떻게 구병시식을 여법하게 설행할 것인지를 설명한 해설서다.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인 저자는 동국대 불교학과, 일본 동경대대학원, 위덕대대학원 등에서 불교의식을 연구한 불교의례 전문가다.

저자는 구병시식이 병을 치료하는 전통적인 불교의식임을 강조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혹은 외부 요인에 의해 신체의 불균형이 깨졌을 때 생기는 병과는 달리 다른 책주귀신(嘖主鬼神)의 침탈이나 빙의 등 의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상을 불교적으로 다룬다고 말한다. 책주귀신이란 인간계에 원한과 애착을 품고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존재다. 구병시식은 이 귀신들을 음식과 염불로서 위로하고 설득해 좋은 세계에 태어나게 돕는 의식이다.

이런 점에서 구병시식은 악귀를 쫓는 퇴마(退魔)·구마(驅魔)의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퇴마나 구마의식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차원에서 책주귀신같은  영가를 악으로 단정하고 몰아내려 한다. 그러나 구병시식에서는 환자뿐만 아니라 누군가 악귀라고 부르는 존재도 불교의 입장에서는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내야 할 구제의 대상이다. ‘육도중생이 부모 아닌 이가 없다’는 ‘범망경’의 내용처럼 모든 존재가 지중한 인연으로 맺어졌기 때문이다. 책주귀신을 위해 맛있는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공양을 권하는 ‘권반게(勸飯揭)’에서도 십자가나 독한 마늘을 내미는 퇴마의식과는 전혀 다른 차원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받으소서 저희들의 정성담긴 이법식을/ 아난존자 장만했던 그음식과 다르리까/ 오랫동안 주리셨던 모진고통 달래시고/ 업의불길 쓸어버려 청량함을 얻으소서.// 독중의독 삼독심은 단한번에 버리시고/ 한결같이 삼보님께 지성귀의 하시오며/ 생각생각 보리심을 놓지않고 계시오면/ 자리하신 모든곳이 안락국토 아니리까.”

이 책의 의식문은 원나라 때 유명한 선승인 몽산덕이 스님이 주석한 목판본 ‘증수선교시식의문’과 조선후기 백파긍선 스님이 1827년 편찬한 ‘작법귀감’, 안진호 스님이 1935년 편찬한 ‘석문의범’에 나타나는 3종의 의식문을 비교 검토해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이 표준안을 근간으로 전체내용을 ‘소청편’ ‘목욕편’ ‘시식편’ ‘봉송편’의 4개로 분류하고, 각 항에 대해 상세히 풀이하고 있다. 또 구병시식을 주도하는 인물, 때, 장소, 청하는 대상, 방법, 설하는 이유 등을 비롯해 의식문에 나오는 각종 용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풀이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의식을 배우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의례를 통한 불교이해를 넓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록으로 싣고 있는 위패조성법, 전(錢) 조성법, 구병시식을 위한 준비물, 구병시식 표준안 및 중요자료 공관표도 흥미롭다.

저자는 여러 영가천도의식 가운데 구병시식이 지혜와 자비가 총동원된 가장 지혜롭고 따뜻한 법요라고 말한다. 지금의 악연을 오히려 선연으로 바꾸어 성불의 기회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구병시식은 반드시 법력(法力)있는 스님이 집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혜와 자비를 않으면 구병시식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뿐더러 자칫 기복의 조장과 불교의 우민화로 치달을 수 있음에 대한 염려로 보인다.

구병시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한기가 느껴졌지만 이번 집필을 계기로 구병시식이 슬기롭고 따듯한 천도의식임을 알게 됐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기존의 구병시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감동적인 구병시식 의식문을 읽어나가는 즐거움도 크다. 2만원

이재형 기자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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