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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에게 불성 깃든 음악 전하고 싶어요”

  • 만다라
  • 입력 2016.10.24 15:39
  • 수정 2016.10.24 15:43
  • 댓글 0

피아니스트 임현정씨

▲ 임현정씨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느끼는 자유를 청중에게 전하고자 한다.

파리 국립음악원 피아노과 최연소 입학, 최우수 졸업. 2006년 유튜부 영상 50만뷰(view). 음악 매니지먼트사 해리슨 패롯과 세계적 음반 기획사 EMI와 계약 후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녹음 앨범 최연소 발매. 2012년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

어린나이에 홀로 유학하며
프랑스 최고 음악학교 입학
한때는 출가 수행자도 결심
“피아노 연주가 내겐 구도”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현정(30)씨다.

3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12살에 프랑스로 떠났다. 홀로 유학생활을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언어, 유색인종 차별을 음악을 향한 사랑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2012년 세계적인 음악가들만이 설 수 있는 그 무대에 올랐다. 로열 앨버트 홀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앞 흑단 같은 머리에 검은 연주복 차림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은 청중들이 연주자가 아닌 음악에 주목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작곡가가 표현한 진리이기도 하죠. 그 소중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연주자는 작곡가와 청중 사이에서 그저 매개체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치 구도자를 연상시킨다. 법상에 오른 스님이 자신을 온전히 비운 상태에서 법을 전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실제 그녀는 16살에 출가하려 했다. 2003년 그토록 꿈꿔왔던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에 합격하고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때다. “모든 꿈을 이루었지만 나는 여전히 어머니와 나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며 “그 절절한 그리움을 궁극적으로 해소해 줄 것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 어머니가 듣던 카세트 테이프 생각이 났다. 외삼촌이 보내줬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의 법문 테이프. 애타는 갈망에 대한 관세음보살님의 응답이었을까. 그 시기 정토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수련회를 계획하고 있었다. 주저 없이 수련회에 참여했다. 성공, 돈, 물질적 소유물, 콩쿠르 같은 것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수련을 마친 후에는 스님이 되겠다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남았다.

“절박했어요. 국립음악원 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와 도착했는데 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제는 더 무엇을 찾아야 할지, 혼란스러웠어요. 출가만이 해답을 찾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죠.”

파리국립음악원을 준비할 당시 100일 동안 108배를 하며 응원했던 어머니는 출가를 지지했지만 수련을 지도한 유수 스님은 “음악가로도 얼마든지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데 왜 출가를 하려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또 다른 집착이 보였다. 그것은 내면 깊이 숨겨져 있던 끝없는 욕심이었다.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보는 것이 두려워 종교에 의지하려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출가를 고집하는 것은 수단에 집착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또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돌아보게 됐다.

“출가란 지금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부처행을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각자가 가진 재능을 너무 당연한 듯 쉽게 생각하는 위험에 빠지지 말고 그 재능을 공경하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 조계사에서 자우 스님과 함께.

2014년 금산 효심사 주지 성담 스님과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이 됐다. 어머니의 권유로 만난 스님과 3시간여를 이야기하며 불교와 더욱 가까워졌다. 스님의 짓소리를 담당 교수 라비노비치에게 소개했다. 스님의 영상을 본 교수는 처음 경험해보는 소리에 감동했고 널리 알리길 희망했다. 임현정씨는 피아노와 짓소리의 조합을 통해 청중들이 각자의 불성을 깨닫길 소망하며 공연을 기획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4시간 명상 프로젝트’와 더블린 피아노 페스티벌에 스님을 초대해 함께 공연했다. 지난 4월에는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타이틀로 부산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임현정씨는 현재 스위스에 머물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스위스에 정착하며 한국 불교를 접할 수 있는 절을 알아보다 외국인 스님으로는 처음으로 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한 스위스 로잔의 법계사 주지 무진 스님과 만났다. 10월30일에 있을 비로자나 국제선원 개원 10주년 음악회에 참석한 것도 무진 스님과의 인연이다. 올해 10월 초 자서전 ‘침묵의 소리’ 발간을 계기로 한국 활동도 더욱 활발히 할 계획이다.  

 
그녀는 연주자를 3단계로 구분한다. 악보를 충실히 이행하는 실행자, 그리고 음악을 충분히 실행해서 완전히 익힌 후 자기만의 해석을 하는 해석자, 거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마치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작곡가의 마음을 완전히 캐낸 창조자다.

“그런 경지에 가려면 실행자, 해석자의 단계를 거쳐 새벽 3시에 자고 있는데 깨워도 벌떡 일어나서 완벽하게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해요. 이때 비로소 음악적으로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어지거든요. 몸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죠. 이 단계에 가려면 실행자, 해석자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야 해요. 작곡가의 본질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 재창조가 가능하고 연주하는 이, 듣는 이를 하나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몽중일여의 경지, 자타불이의 마음과 다를 바 없다. 그녀는 피아노로 불법을 전하는 듯했다. 클래식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모두 암보(악보를 외움)하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는 임현정씨의 정진이 어떤 깨달음의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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