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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의 ‘민의’ 등진 개헌 지지 논평

박 대통령 개헌 적극 지지
여론 못 살핀 논평에 불과
종단, 정권 지지 경계해야

10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돌연 개헌을 꺼내 들었다.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2017년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블랙홀과 같다”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근까지 밝혀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개헌 의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연일 쏟아지는 최순실씨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적인 방탄용 개헌이라는 비판들이 이어졌다. 야당에서는 “최순실 등 이슈에 대해 블랙홀을 만들려는 정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개헌 입장을 표명한 당일 민간인인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국정운영관련 문서를 사전 유출한 정황들이 밝혀졌고, 박 대통령은 다음날 ‘비선 최순실’을 인정하는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씨가 연설문 수정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인사, 외교, 정책까지 깊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제의한 개헌도 하루 만에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세간의 눈총을 샀던 것이 일부 종교계의 개헌 지지 선언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발의 직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기다렸다는 듯 “개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천태종이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은 논평문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은 적절하고 중요한 결단”이라며 “개헌은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기민한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정치권은 민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개헌 제의가 ‘최순실 게이트’로 유명무실 된 상황임에도 천태종은 박 대통령 개헌 의도와 관련해 ‘민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빈축을 사게 된 꼴이다.

▲ 이재형 국장

 

 

사실 불교계가 ‘민의’를 외면한 채 권력자를 전폭 지지한 사례들은 적지 않다. 군사정권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금은 ‘대국민 사기극’이란 평가와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모 스님은 “4대강 찬성”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표명해 논란을 빚었다. 진각종과 천태종도 4대강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49일 불사 및 필요성 역설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동백장과 대통령표창을 각각 받았다.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중단 및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등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조계종이 북 핵개발만 비판하는 관변단체 수준의 논평을 발표했던 것도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읽힐 수 있다.

종단과 소속 지도자들은 종교인이라는 속성상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민심과 진실을 등진 발언은 대중의 불신과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불교지도자라면 ‘화살을 쏘듯 말을 하라’는 옛 선사들의 가르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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