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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향, 아름다운 취임

  • 기자칼럼
  • 입력 2016.11.07 11:46
  • 수정 2016.11.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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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소임자도 오는 소임자도 아름다웠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찾아온 내빈들도 “승가의 모습은 원래 이러했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부산 미타선원 주지 이·취임식의 풍경이었다.

지난 14년 동안 부산 광복동 도심의 한복판에서 미타선원 주지로 지내 온 하림 스님이 주지 소임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하림 스님에 따르면, 자그마치 3년 동안 주지 이임을 준비했을 정도다. 사찰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주지 중심의 살림 체제를 신도 중심으로 개편하고, 안거 기간에는 선방으로 수행도 떠났다. 차기 주지 소임자를 내정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했다. 같은 문중이나 이해관계가 아닌 평소 포교에 대한 소신을 공유해 온 도반 스님을 권하고 설득해 이임이 결정됐다.

스님들끼리의 이해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차기 주지 종호 스님은 도량 구성원들과 더불어 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취임 전 7개월 동안 대중의 입장에서 선원 식구가 되었다. 신도들과 매일매일 마주하면서 두 스님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그리고 7개월 뒤, 떠나는 소임자와 신임 소임자 그리고 신도 모두 행복한 이·취임식을 가졌다.

9월27일 열린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의 주지 이·취임식 역시 사중 구성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전개된 따뜻한 법석이었다. 관음사에서 30여년 동안 주지를 지낸 현 회주 지현 스님은 “젊은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아 진취적으로 도량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신임 주지로 취임하는 영산 스님은 문화 포교에 대한 소신과 계율에 대한 시대정신을 갖춘 옥석 같은 분이다.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이 분이라면 관음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믿음을 가져 왔다”며 소임을 회향했다. 신임 주지 영산 스님 역시 지현 스님의 문중이 아니다. 하지만 주지 소임자를 내정하는 데 있어서 결코 문중을 중요한 요소로 삼지 않았다. 영산 스님도 대중스님으로 사중 구성원과 소통을 먼저 하고 열린 소임자의 길을 발원하며 신도들의 축하 속에서 주지 소임을 시작했다.

▲ 주영미 기자
실상 “주지스님이 바뀌면 공양간 수저까지 가져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량의 주지가 바뀜으로 인해서 소임자 간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주지스님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도들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임자의 교체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소송까지 가면서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림 스님은 “사중 산림은 대중의 화합이 우선이며 주지 소임은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아가며 맡아야 할 사찰 외호의 자리”라고 말했다. 부디 잊고 지내온 승가의 기본을 살린 두 도량의 사례가 전국 곳곳으로 늘어나기를 바란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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