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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 종교 강요로 힘들어요

기자명 법륜 스님

결혼 10년차인데 가족 간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 결혼하고 나서 시아버지께서 기독교로 개종하셨어요. 저는 불교인데 오실 때마다 전도를 하십니다. 어른이 하시는 말씀이니 교회도 따라 가보고 아버님 얘기가 듣기 싫어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해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심해지십니다. 저희 아이들은 지금 불교재단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밥 먹기 전에 공양게송을 외우면 시아버지께서 못하게 하십니다. 얼마 전엔 극단적으로 인연을 끊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술상·선물 등 활용하면서
기분이 좋은 자리 만들어
헌법 종교자유 간혹 언급

시아버지는 정신적인 허전함이 교회에서 채워지니까 교회에 가셨을 겁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가족부터 구제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가족전도에 굉장히 집착하게 되고 가족 간에 종교가 다르면 늘 가정불화로 나타납니다. 짜증내고 싫어하면 시아버지하고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시아버지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시간을 두고 부드럽게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따라가게 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언젠가 웃으면서 시아버지께 술상을 차리세요. 기분 좋은 자리에 헌법 조문을 딱 꺼내놓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버님 여기 헌법에 보면요,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어요. 제가 며느리로서 아버님 말씀을 따라야 되지만 이런 종교적인 문제는 아버님이 며느리에게 강요를 안 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보세요. 자주하면 안 되고 어쩌다 한 번씩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가끔은 교회에도 다녀오세요. ‘아버님을 위해서 제가 한번 가드리는 겁니다’ 하면서요. 며느리로서는 순종하지만 신앙문제는 자유니까 그 자유를 존중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식사 전에 기도를 하는 것은 그냥 놔두면 됩니다. 할아버지가 왔을 때 아이들에게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는 기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둘째는 할아버지가 나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 때는 우리 식으로 공양게송을 올리면 되니까 아이들이 불교식으로 하도록 두세요. 시아버지가 오시면 시아버지께 “아버님, 기도해주세요” 하면 됩니다. 저도 목사님들하고 밥을 먹게 되면 목사님께 식사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불교에서는 딱 정해진 공양게송을 외우지만 기독교에서는 항상 감동적으로 기도를 해주십니다. 시아버님한테는 가끔 그렇게 해서 약간의 갈등이 있는 가운데 재미있게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아버님이 극단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아버님 사정입니다. ‘너희와 연을 끊겠다’ 하시면 그냥 ‘알겠습니다’ 하세요. 연을 끊는 건 아버님이니까 끊기기 전까지 그냥 살면 됩니다. 아버님이 다시 인연을 붙이려고 하면 또 붙여서 살면 됩니다. 내가 연을 끊으면 안 됩니다. 아버님 말씀에 같이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지만 강요할 자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말할 자유는 인정해드리세요. 남을 해치는 게 아니면 그냥 두는 게 낫습니다. 물론 일부 종교가 지나쳐서 많은 사람들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같이 대응하면 문제가 자꾸 더 커집니다. 가끔 선물도 드리면서 선물 속에 복사한 헌법 조문과 함께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써넣고,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해보세요.

어차피 함께 살아야 할 가족이니까요. 아이들한테도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좋아야 합니다. 종교 문제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면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종교를 나쁘게 생각하게 됩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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