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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 목적은 교세 확장이 아니다

포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국불교의 도처에서 들려온다. 한결같이 한국불교의 교세를 걱정한다. 불교의 교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기독교의 성장과 불자인구의 고령화를 고려하면 매우 일리 있는 고민이다. 하지만 포교의 목적을 교세의 확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흔히 사람들은 포교를 교세 확장 즉 신도 수를 늘리는 것으로 간주하고는 한다. 물론 신도가 줄어들면 종교조직도 쇠퇴하기 때문에 불교 신도 수의 증가, 즉 교세 확장을 고민하여야 한다. 그러나 불교의 포교 목적을 교세의 확장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신도 수가 늘어나는 교세의 확장은 포교에 의한 교화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의 부수적 결과이지 포교의 목적 자체는 될 수 없다.

포교는 왜 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부처님의 깨달음 이후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부처님은 왜 깨닫고 나서 그 깨달은 바를 중생들에게 굳이 알리고자 하였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5세에 깨달은 부처님은 80세에 이르기까지 45년간을 한 번 본적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일같이 뜨거운 인도의 거리로 나섰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힘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아난다여, 나는 지치고 나이 들었다. 나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들었다. 나는 80세이다. 아난다여, 낡아버린 우마차를 가죽 끈으로 보강하지 않는다면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신체는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다.”

중생들을 고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부서질 듯한 노구(老軀)를 이끌고 직접 포교를 행한 부처님의 그 간절한 자비심 속에서 포교의 목적을 찾을 수 있다. 몸조차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처님이 멈추지 않고 중생들을 찾아 포교의 길을 나선 것은 신도 수를 늘리고자 함도, 커다란 사찰을 짓기 위함도 분명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중생들을 고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자비심의 실천이었다. 생로병사의 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하여 스스로 고(苦)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포교는 스님과 신도가 부처님의 교법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한국개신교인들은 친구와 지인들에게 예수님과 성경에 대하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만 한국불자들은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주제로 이웃과 잘 대화하지는 않는다.

왜일까? 포교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불교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한국불자들은 부처님에게 복을 구하는 기복에만 충실한 나머지 정작 불자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부처님의 생애나 기초적 교리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근래 사찰의 불교대학들이 운영되면서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하였지만 적지 않은 불자들은 아직까지 불교의 기본적인 내용마저도 잘 알지 못한다.

불교의 기본적·근본적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진정한 불자라고 하기는 힘들다. 또한 부처님의 생애도 불교의 기본 교리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으기만 하는 것은 참다운 포교가 아닌 사상누각(砂上樓閣)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한국기독교의 괄목상대할만한 성장 속에서 불교의 교세 확장은 분명 간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지만, 포교의 목적을 단순히 신도 수를 확보하는 교세 확장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신도뿐만 아니라 스님마저도 감소하는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교세 확장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불교가 정체 내지 쇠퇴에 봉착한 주요 이유가 그동안 부처님의 법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chokiryong@dongguk.edu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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