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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유휴지 활용 방안 없나

기자명 김대원

지난 주말에 불교산악회원들과 충북 괴산에 있는 ‘산막이 옛길’을 걷고 왔다. 올 가을엔 두 번이나 갈만큼 주변 운치가 좋아서였다. 댐을 막아 만들어진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은 누구라도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부근에 있는 천년고찰 G사찰을 참배하였다. 관광사찰화한 다른 절과는 달리 휴일인데도 참배객이 눈에 뜨이지 않아 적막감마저 감도는 아주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건축분야의 문외한인 내 눈에도 가람배치가 좀 거슬려보였다. 상단에 위치한 대웅전이 아래 마당 가운데 세워진 높은 탑신에 가렸고 그 좌우로 선방과 스님들 거처인 듯한 두개의 건물 지붕이 또 가린다.

절의 당우를 새로 건립할 때엔 새삼 전문 건축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내엔 절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어 보이는 거목들이 많았다. 그들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불호령을 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옆으로 제법 넓은 밭이 있는데 가을 파종을 앞두고 가지런히 정리정돈이 잘된 밭이랑들이 보기 좋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 “절 땅이 꽤 많은가 봐요?”  “글쎄요, 위치로 봐서는 절 땅인 것 같은데, 이 넓은 밭을 스님들이 일구기엔 좀 벅찰 듯싶네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걷자니 문득 요즘 한창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예전 한국전력 건물이 들어서 있던 땅에 대한 논쟁이 생각났다.

우리 불교계 입장에서야 당연히 당시의 매각절차에 큰 하자가 있었다 하겠지만 우리의 바람대로 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면 벌써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부지가 엄청난 시세로 거래되는 현 시점에서 뒤늦게 뛰어든 형국이어서 이를 보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더욱 안쓰러운 일이다. 차제에 사찰소유의 임야와 전답에 대한 세밀한 조사확인과 유지 방안에 대한 철저한 방책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관리소홀로 인해 소위 망실재산은 없는지, 재산권 설정은 명확하게 되어 있는지 등등, 괜스레 걱정스러워지는 것은 나도 불자의 한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언제인가 성지순례로 들렀던 강원도의 어느 큰 절은 조선시대인가 임금님이 그 사찰을 중심으로 사방 몇 십리 이내의 모든 토지를 하사했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오기도 하였다. 그만큼 사찰 소유 땅이 많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원찰로 삼아 다니던 조계사에서 그 당시 주지스님께서 조계사를 중심으로 한 안국동 일대를 불교타운화 하는 원력을 세우고 땅 한 평씩이라도 넓혀가자는 운동을 벌렸었다.

그 일환으로 ‘사중수익사업(寺中收益事業)’을 기획했었다. 그 때 조계사에는 대형버스가 2대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더 보강하여 성지순례를 하고, 불자들 가정에 상을 당하면 이를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장의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큰 사찰들이 소유한 유휴지(遊休地)를 활용하여 각종 농산물을 위탁 재배하여 판매하는 사업안이었다.

아쉽게도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우여곡절 끝에 시행을 하지 못했지만, 그 실무를 맡아 진행했던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사업성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요즘은 유기농산물 선호시대이니만큼 지금부터라도 유휴사찰 토지를 이용해 각종 농산물을 재배하여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면 수익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게 되지 싶다. 몇 해 전에 전국전통사찰기행을 할 때 어느 사찰의 주지스님께서는 수천 평의 사찰림에 자연 생태 탐방로를 개설해 불자와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하신 말씀이 귓가를 맴돈다. 이처럼 사찰 소유의 토지를 잘 개간활용 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

김대원 시인·수필가 dk9595@hanmail.net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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