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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원영상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 회장

“일본불교 폄훼는 선입견…배울 가치 충분”

▲ 원영상 회장은 “불교의 보편정신을 일본불교에서 찾아 인류인으로서의 공감을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일본 불교학계의 연구 수준은, 역설적이게도 1868년 메이지정부의 폐불훼석(廢佛毁釋)에 기원을 둔다. ‘천황교’로 일컬어지는 ‘국가신도’를 국교로 삼고자 불교를 탄압했던 이 사건으로 일본불교는 생존을 모색하며 교단개혁에 이은 근대불교학 확립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미국, 유럽, 중국 등의 학자들이 ‘불교를 연구하고자’ 일본 유학을 단행하고 있으며 많은 한국 학자들 또한 도쿄대학, 고마자와대학, 붓쿄대학, 하나조노대학 등에서 학문 초석을 다져왔다.

일본불교사연구소 활동 계승해
학문 교류·학자 양성 위해 창립
매년 봄·가을 2차례 학술대회
‘일본불교문화연구’ 학술지 발간
한일 학술교류협력 추진 계획

원불교학생회 인연에 교무 출가
일본 붓쿄대학에서 석·박사학위
원광대 정역원 등서 학문 활동
일본불교 시대별 연구에 매진

하지만 한국불교학계의 일본불교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에서 중국불교, 티베트불교, 대승불교, 돈황학 등은 물론 한국불교까지 공부하지만 정작 일본불교는 주변학문 영역으로 간주돼왔던 것이다. 근대불교학 개념을 열어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일본불교의 연구 성과를 받아들였으면서도, 이에 대한 깊은 분석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2014년 창립된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는 국내 최초의 일본불교 연구 학회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는 김호성 동국대 교수가 2005년 개설한 ‘일본불교 공부방’을 모태로 한다. “일본불교계의 장단점, 일본불교학계의 연구방법론을 한국불교의 바로미터로 삼아야 한다”는 발원으로 시작된 일본불교 공부방은 2009년 ‘일본불교사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4년, 체계적인 학문적 교류와 전문학자 양성을 위해 일본불교사연구소가 해체된 뒤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가 창립된다. 그간의 일본불교사연구소 활동을 학회가 계승함으로써, 척박한 일본불교 연구 여건에서도 꾸준히 쌓아온 성과들을 학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

초대 회장을 맡아 3년여 동안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 발전에 매진해온 원영상 원광대 교수는 “일본에 가서 중국·인도불교 연구, 심지어는 한국불교 연구마저 하지만 일본불교 연구 자체는 거의 없었다”며 “이 한계를 초월해 명실공이 일본불교를 탐구하는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공동체를 이뤄가는 게 학회의 지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는 일본불교사연구소의 학술활동, 학술지 발간 등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2회에 걸쳐 ‘일본불교문화연구’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제14호를 발행했다. 일본불교사연구소의 ‘일본불교사연구’에서 이름을 바꾼 ‘일본불교문화연구’를 통해 ‘일본 메이지시대 신도와 불교의 갈등’ ‘일본 근대화엄학 연구와 현대의 접점’ 등의 일본불교 연구에서 ‘근대일본과 조선총독부의 종교정책 관계에 대한 논문’ 등 한일공동학술회의 결실까지 담았다.

실제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는 매년 봄 일본불교를 소개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가을에는 한일불교 교류사를 중심으로 양국 역사를 아우르는 자유로운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어왔다. 그동안 봄 학술대회에서는 근대, 근세의 학술적 쟁점들을 살폈으며 내년 중세, 내후년에는 현대의 일본불교 연구 성과들을 펼칠 예정이다. 일본불교의 흐름을 시대별로 정리하는 이 작업은 차후 통합적 연구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원영상 회장은 여기서 나아가 지역적 특수성을 살려 답사 형식의 한일 학술교류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간 일본불교 공부방, 일본불교사연구소,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가 모아온 학문적 역량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과정과 접목시켜 실질적인 학문 저변 확대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 일본 학회들과 연계한 학술교류도 준비하고 있다. 원영상 회장은 지난 11월13일에도 일본 붓쿄대학에서 열린 ‘국제불교문화학술회의’에서 ‘유마경의 사상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발표하는 등 교류활동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이처럼 국내 첫 일본불교 연구 학회의 초대 회장으로서 일본불교 연구 저변을 넓히고자 노력해온 원영상 회장은 궁극적인 목표를 한국불교학 발전에 두고 있다. 대륙과 한반도에서 건너간 불교가 열도에서 어떻게 발전됐는지 양상을 추적하고, 그것을 우리의 학문 수준·방향과 비교해 정확히 알리고 있는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의 활동 또한 그 맥락에 닿아있다. 원영상 회장은 “각 지역 불교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세계적인 불교학 판도 양상을 종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동안 일본불교 연구가 미비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학회 회원들의 다양한 연구로 외연이 몰라보게 확대된 만큼 향후 한국불교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한국불교학 발전 방안을 고민하며 실천에 옮기고 있지만 사실 원영상 회장은 원불교 교무이기도 하다. 그는 경주고등학교를 다닐 때 원불교학생회에서 활동한 것을 인연으로 1984년 원광대 원불교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원광대 인문계 지원자 가운데 수석을 차지할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까닭에 학자의 길을 권유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학생운동에 투신하게 했고, 행렬 선두에 섰다가 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 갇힌 채 모진 구타를 당해야 했다. 그때 후유증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돼 잠시 휴학해야 할 정도였다.

이후 1997년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붓쿄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토종, 정토진종, 시종 등 정토신앙이 확산되던 일본 중세시대에 법멸을 의미하는 말법사상을 극복하기 위한 조사들의 노력을 연구했고, 이를 통해 일본불교의 특성을 이해하게 됐다. “일본에 연구하러 왔으면 일본이 잘하는 것을 배워 한국에 돌아가 소개하는 것이 학문의 본분”이라는 지도교수의 조언은 그를 현재에 이르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 2006년 한국에 돌아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6년간 일본불교를 연구한 뒤 2011~2013년 원광대 원불교학과에서, 2013년부터는 원광대 정역원에서 학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불교 교무로서 일궈낸 불교 연구 성과와, 일본불교 연구를 통한 한국불교학 발전 노력은 통섭·융합의 시대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원영상 회장은 “일제강점기 수난을 거치며 일본불교를 폄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관련 연구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쳤지만 선입견을 버리면 배우고 알아가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불교의 보편정신을 일본불교에서 찾아 인류인으로서의 공감을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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