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계 첫 ‘반성폭력불교연대’ 출범한다

  • 교계
  • 입력 2016.12.22 22:42
  • 수정 2016.12.23 20:34
  • 댓글 50

불교여성개발원과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젠더연구소는 12월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반성폭력불교연대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반성폭력불교연대’가 출범한다.

불교여성개발원과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젠더연구소는 12월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반성폭력불교연대를 구성해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성폭력불교연대는 내년 초 공식 출범을 목표로, 교계 단체, 법조인 등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성 단체들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불교계 여성단체들, 12월23일
준비위원회 구성…연대 제안도
'법진 스님 성추행 사건' 계기
“성폭력 근절 적극 나설 것”

여성단체들은 “불교계 내 출가자에 의한 여러 형태의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사건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거나 마치 사소한 일로 치부하며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체들은 “향후 불교계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성폭력불교연대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법진 스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성폭력불교연대는 공식 출범과 함께 ‘불교계 성폭력 고발·신고 전화’를 개설하고 피해자 구제 및 성폭력 예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단체들은 ‘법진 스님 성추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2차 피해로는 △교계 일부 인터넷 매체가 ‘피해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는 듯한 공격적인 인터뷰 문자’를 피해자에게 보낸 행위 △선학원이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임직원 일동’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재단과 이사장을 음해하려는 세력의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행위 △선학원 이사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추행 의혹 사건의 실태파악과 함께, ‘조계종단에서 악용하는 배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 행위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 여성단체들은 “피해 원인이 마치 피해자에게 있는 듯한 공격적인 인터뷰 문자나 ‘배후세력’을 주장하는 선학원의 입장문, 합의 종용 등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전형적인 2차 피해”라며 “당장 이 같은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 사건 이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불신하거나 소외 및 배제, 비난하는 행위를 통칭한다. 2차 피해의 가장 흔한 양상은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화간을 의심하는 것이며 무시와 무성의, 부정적 견해, 합의 강요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또 선학원 등이 주장하는 ‘배후세력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 사건에서 분명한 것은 성폭력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이 성폭력 행위로 인한 피해가 정치적인 다른 시각으로 묻히거나 희석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학원 기관지인 불교저널 편집장은 “조계종에서 멸빈된 법진 스님은 정식 승려가 아닌 재가자 신분”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편집장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에게 “이사장 스님이 조계종에서 멸빈당해 조계종에서 보면 정식승려가 아니고 재가자 신분”이라며 “재가자에게 조계종 승려들에게 엄중히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동안 선학원 입장을 대변해 온 불교저널 편집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선학원 일각에서 조계종에 멸빈 당한 법진 스님을 ‘스님이 아닌 재가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사장 직위에 대한 적법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학원은 정관에서 ‘이사장은 이사(임원)의 호선으로 선출되며, 임원은 각 분원의 승려, 창건주 또는 분원장 중 덕망이 높은 승려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보신문은 기자간담회 직후 해당 편집장에게 ‘조계종에서 멸빈이 되면 스님이 아니라 재가자라고 보는지’에 대해 재차 물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과 관련해 불교계 여성단체들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선학원은 일제하 독신 청정비구전통을 지켜내며 한국불교의 선풍 전통을 수호해오면서 한국 불교의 자존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고승들의 자취가 살아있는 선학원을 대표하는 이사장은, 그 무게감이 한국불교계에서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음에도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피해자는 피해이후 ‘여성 긴급전화 1366’과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고, 10월19일 경기수원중부경찰서에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11월 중순 법진스님은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을 제시하며 합의를 요청해왔다. 또한 특히 ‘선학원 임직원 일동’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재단과 이사장을 음해하려는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선학원 이사회에서 법진 스님은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사회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성추행 의혹 사건의 실태 파악과 함께 조계종단에서 악용하는 배후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피해사건 이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성통념에 의거해 피해자를 불신하거나 주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소외나 배제, 비난을 하는 것을 성폭력에 대한 2차 피해라고 한다. 2차 피해의 가장 흔한 양상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화간을 의심하는 일이 가장 많고 무시, 무성의, 부정적 견해, 그리고 합의를 강요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 역시 피해 원인이 마치 피해자에게 있는 듯한 공격적인 인터뷰 문자나 선학원의 입장문, 합의 종용 등 전형적인 2차 피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주장하는 것은 법진스님에 대한 법적 처벌과 진정한 사과, 그리고 복직이다.

우리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문제를 드러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한 처벌과 해결을 원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용이나 배후 등등하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이번 사안은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중생을 구제한다는 사명을 지닌 승려가 상대적으로 의존적 권력 관계에 놓인 직장 내 여성 불자를 우롱하고 성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출가자에 의한 성범죄는 승풍 실추는 물론 교단의 위상과 불자의 자존심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므로, 사회법적 기준에서의 처벌은 물론, 계율로도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에 우리 여성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법진스님은 성추행 사건에 연류된 것만으로도 공개 참회하고 범계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학원 이사장과 이사직 등 일체의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 선학원은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폭력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선학원 이사회는 즉각 이사장 사직서를 처리하고, 진상조사위원회는 범계적 진상 조사 결과를 하루빨리 발표해야 한다.

-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중지해야 한다.

- 검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정하고 엄중하게 피해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출가자에 의한 여러 형태의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 커녕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거나, 마치 사소한 일로 치부하여 피해자 인권을 무시하고 청정승풍을 무너뜨리고 있다.

불교여성단체들은 그동안 교단 내 갖가지 성범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음을 깊이 반성하며, 추후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 앞으로 “반성폭력 불교연대”(가칭)를 구성하고 교단 내 성폭력 예방은 물론 성범죄 발생시 적극 대처한다.

- 오늘부터 우리들은 “반성폭력불교연대 준비위”로 활동을 개시하며, 이번 선학원 이사장 성추행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노력한다.

- 교단 내 성폭력 근절에 찬성하는 모든 교계 단체, 언론, 법조인 등에게 연대활동을 제안해서 연대체를 구성한다.

- “반성폭력불교연대”의 공식적 출범과 함께 추후 불교계 교단 내 성폭력고발신고 전화를 개설해서, 피해자 구제에 적극 앞장서기로 한다.

이에 불교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2016년 12월 22일

불교여성개발원,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젠더연구소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