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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구 변동에 대한 또 다른 시각

기자명 이중남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가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종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지난 10년 사이 52.9%에서 43.9%로 9.0%p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 주된 원인은 젊은 층(10대~30대)에서 종교인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각 종교별 인구변동도 대단히 크게 나타났다. 10년 전 861만이던 개신교 인구는 그 사이 106만이 늘어난 967만(19.7%)으로 나타난 반면, 같은 기간에 불교 인구는 1058만에서 297만이 줄어든 791만(15.5%), 가톨릭은 501만에서 112만 줄어든 389만(7.9%)으로 각각 조사되었다.

이 결과는 3대 종교 모두에 의외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신교라고 해서 무조건 반기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개신교인들 사이에 ‘가나안 성도’라는 은어가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가나안이란 지명이 아니고, “안 나가”를 거꾸로 읽는 언어유희다. 스스로를 개신교인이라고 하면서도 교회에 안 나가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그런 허수가 늘어난다고 교회와 신앙에 무슨 유익함이 있는가 하는 얘기다. 가톨릭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늘 가장 높은 호감을 받아왔고 신도 관리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종교인데, 대폭 감소한 수치가 나와 어리둥절하다.

그러면 불자들은,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1985년 이래 처음으로 불교가 기독교에 수위(首位)를 내어줬고 그 격차 또한 176만에 이른다는 이 발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전수조사를 표본조사로 바꾸면서 잘못된 표본추출 기술을 적용해 지역별(영남), 연령별(중장년층) 편중이 심한 불교가 과소 대표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응답자의 48.6%가 인터넷으로 답변해 노년층에 불리했다고도 하고, 조사원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한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조사란 본래 없다. 그러므로 기술적인 결함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시정하도록 해야겠지만, 차제에 이것이 드러내고 있는 진실의 면면을 성찰하는 지혜 역시 요구된다 하겠다. 다른 무엇보다, 여태껏 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제1의 종교로서 역할을 해 온 적이 과연 있었는가?

무언가에 낯선 사람이 익숙한 사람보다도 대상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지난해 12월26일 오산에서 조계종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의 연례 이주민정책 토론회가 있었는데, 군포 캄보디아불교센터 주지 린사로 스님은 토론자로 나서서 이렇게 얘기했다.

“캄보디아 이주민들 절반 이상이 한국에 불교가 없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살아가며 한국은 기독교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한지 답이 없습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베트남 불교공동체 활성화에 애쓰고 있는 원오도량의 이옥빈 대표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한 적극적인 포교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 한국 절에 가면, 다 나이 드신 분들. 그렇죠? 그런데 지금 베트남 여성들, 이쪽 여성들은 다 20대, 30대에요. 우리 불교에 그 젊은 신도들이 생기면 불교가 얼마나 발전하겠어요?”

베트남만이 아니다. 불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남방불교권 출신의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이 땅으로 온 뒤 신행활동을 중단한 채, 또는 다른 종교로 개종해서 살고 있다. 이웃 종교들이 이들의 생활과 영성의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에 비하면, 불교계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을 방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발표된 종교인구 통계는 다소간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통계가 드러내고 있는 진실이 훼손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불교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계층별 포교전략 등 다양한 논의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견된다. 그 가운데 24만에 달하는 결혼이주여성들, 그리고 20만에 달하는 그 자녀들에 관한 진지한 논의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중남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운영위원 dogak@daum.net
 

[1374호 / 2017년 1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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