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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법은 있는가

기자명 신지견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과 공동정부다.’ 지금까지의 언론보도 내용이 그렇다는 뉘앙스를 준다. 더 심하게 말하면 전제왕권이다. 박근혜는 바지대통령이고 최순실이 책사로 실권을 쥐고 흔들었다. 이 두 사람 합작정부 뒤에 감춰진 것은 검은 돈이다. 최순실이 해외로 막대한 자금을 빼돌렸고 스스로 한국 재벌 24위라고 했다는 소문이 그렇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박근혜는 재벌총수들을 불러 갈취하고 최순실은 그 돈으로 유령법인을 만들어 해외로 빼돌렸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박근혜는 뭘 하는 사람이며, 그런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유권자는 누구인가.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가. 대한민국은 서구 지성들과 달리 윤리와 정신적 가치를 소홀히 여기고 물질적 이기심만 만연케 해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가치 전도적 사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최태민처럼 도깨비 뺨치는 약삭빠른 머리를 필요로 한다. 약삭빠른 머리들이 판치는 세상은 멀리 이성계의 쿠데타에서 시작되었고, 가깝게는 박정희 군사쿠데타에서 비롯되었다. 이 두 사람 쿠데타의 다른 점이 이성계는 ‘친명’이고 박정희는 ‘친일’이다. 친명과 친일에 뿌리박고 있는 나라는 자주성이 없다.

한반도는 단일국가다. 해방 후 구소련과 미국이 만든 냉전이데올로기로 두 토막으로 갈라져 세계 전쟁사에 한국전쟁이라는 말할 수 없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다. 북한은 3대째 세습왕조로 세계에서 가장 처참한 폭압정치에 가장 못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차후에 하기로 하자.

휴전선이 그어진 남쪽에 허울 좋은 독립운동가 이승만이 친일분자를 대거 기용, 도로 친일이 된 자유당 독재를 4.19가 밀어내자, 1년 만에 ‘황국신민’이자 ‘용공’이기도 했던 박정희가 반공을 기치로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의 문을 열었다. ‘압축성장’을 큰 성과로 든 수구들은 박정희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받든다. 그의 성장과정에서 국민의 땀은 무시된 채 무상에 가까운 온갖 특혜로 부를 축적한 재벌이 생겨났고, 권력의 뒷돈을 댄 것이 당연시되었다. ‘남산’으로 통칭되던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이 군사정부를 떠받쳐 인권이 깡그리 무시된 ‘유신’을 탄생시켜 철권통치를 휘두르게 했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일상적 거래처럼 관행화 되었다. 거기에 수구언론은 한통속이 되어 떨어지는 콩고물로 공룡기업이 되었다.

원고지 칸이 모자라니 다 아는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자. 독재자의 딸이 다시 대통령이 된 아이러니의 화살은 유권자들에게 날아가야 한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온갖 부정, 온갖 부패, 온갖 투기, 온갖 비리로 한쪽은 촛불집회, 한쪽은 박사모집회로 나라가 들썩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눈먼 수탉이 된 우민(愚民)이다.

여하튼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으로 그 주변을 둘러싼 안하무인의 권력자들이 검찰수사, 국회청문회, 특검, 헌재에 일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것 또한 구경거리다. 청문회, 특검, 헌재에 불출석, 모르쇠, 동문서답으로 ‘법꾸라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더 고약한 것은 불출석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며, 이것이 유신에 부역한 자들의 작태로 대한민국은 법이 없는, 부패 공화국임을 그들이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나라가 친일에 얼마나 우호적이냐 하면 북한이 핵을 개발하자 전작권도 없는 나라가 미국에 기대어 ‘사드’를 배치하려 하니,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넣고, 안보에 같이 대응하자고 합의한 일본이 위안부 문제로 10억엔을 주었으니, 우리나라 땅에 우리나라 예술가가 조각해 설치한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으며 경제적 압력을 넣는다. 그러함에도 외교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천문학적인 외채,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에 짓눌려 앞날을 예단키 어려운 현실이 박근혜, 최순실의 공동정부다. 여기에 박사모의 집회가 정점을 찍는다.

신지견 소설가 hjkshin@naver.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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