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충주불교사암연합회

30년 화합 토대로 지역불교 발전 견인하다

▲ 충주불교사암연합회가 지난 25년간 중앙탑 일원에서 봉행해 온 ‘탑돌이’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국보 제6호이자 통일신라시대 조성된 ‘칠층석탑’이 위치한 행정구역상 주소다. 충주 칠층석탑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에서 일명 ‘중앙탑’으로 일컬어져 왔다. ‘중앙탑면 탑평리’라는 남다른 지명 역시 이 같은 지역민심의 반영인 셈이다. ‘중앙탑’이라는 명칭은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인식에서 유래한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국보의 의미를 뛰어넘어 오랜세월 지역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앙탑’ 토대로 뭉친 불심
소속 사찰만 120여곳 달해
25년간 ‘탑돌이 행사’ 주관
명실상부 지역대표 축제로

그만큼 ‘중앙탑’은 충주 시민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아무리 뛰어난 가치를 지닌 문화재일지라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학술적인 가치만 내세운 채 대중과 교감하지 못했다면 ‘중앙탑’은 단순히 ‘충주 칠층석탑’으로 일컬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칠층석탑’이 ‘중압탑’으로 우뚝서게 된 토대에 충주 지역 불교가 있다. 매년 10월 충주불교사암연합회 주관으로 중앙탑 탑돌이 행사가 진행된 지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중앙탑 탑돌이는 지역 문화재와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나아가 충주시의 정신적·역사적 토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탑돌이는 애초 사찰에서 큰 재가 있을 때 탑을 돌면서 부처님의 공덕을 경탄하는 종교의식이지만, 민중들이 동참해 개인과 가정의 평안을 발원하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탑돌이 행사에 종교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발원등을 켜며 동참하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충주불교사암연합회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탑돌이와 함께 ‘호국영령·국태민안 위령재’를 봉행하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위령재는 지역불교계 행사인 ‘탑돌이’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발원까지 담아낼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호국영령·국태민안 위령재는 임진왜란 당시 탄금대에서 순국한 신립 장군을 비롯한 고혼의 넋을 위로하는 법석으로 봉행된다. 영산재와 ‘금강경’ 독송 등을 중심으로 한 위령재를 시작으로 법요식과 탑돌이 시연, 제등행렬 등으로 이어진다. 공연과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는 이 행사가 불교계를 넘어 지역 대표 축제로 인식된 핵심적인 계기가 됐다. 2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행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기본적인 틀 속에서 조금씩 발전을 이어온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연합체 형태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사암연합회에 소속된 지역 사찰들이 종단을 넘어 한마음 한뜻으로 행사의 의미와 취지를 유지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충주불교사암연합회의 남다른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변화무쌍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면에 지역불교의 역할이라는 대의를 지키려는 확고한 공감대가 있었던 셈이다. 어떤 단체든 어려움에 직면하는 순간이 온다. 충주불교사암연합회 역시 30년 넘는 세월동안 무사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연합회는 위기를 딛고 조금씩 성장해 왔다. 한 고비 한 고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소속 사찰 수도 훌쩍 증가했다.

현재 사암연합회 소속 사찰은 무려 120여곳. 이 중 연합회 차원에서 활동하는 사찰 수만 90여곳에 달한다. 충주가 그리 크지 않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임원 소임을 맡은 사찰 수만 22곳, 즉 사암연합회 임원 스님만 최소 22명인 셈이다. 지역에 터를 둔 모든 사찰이 종단에  관계없이 두루두루 소임을 맡는 문화도 자연스레 정착됐다. 매월 25일 전후로 개최하는 정기회의는 사찰간 교류의 폭을 넓히는 화합의 장이다. 사찰 간 교류와 ‘중앙탑’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화합의 문화야말로 충주지역 불교를 지탱해 온 묵직한 발걸음인 셈이다. 

충주=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어려운 사찰 돌아보며 서로 돕는 연합회 만들 것”

충주불교사암연합회장 일심 스님

 
올 초 충주불교사암연합회 신임회장에 장왕사 주지 일심 스님<사진>이 선출됐다. 지역 최초의 비구니 회장이다. 전국을 통틀어도 비구니 사암연합회장은 이례적이다. 그것도 소속 사찰 주지 스님들의 투표를 통해서다.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한 사찰 수만 90여 곳. 과거 사암연합회장 선출에 참여한 사찰이 50여곳을 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일심 스님은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고 했다.

“역대 회장 스님들과 임원 스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신 지역 노스님들의 원력이 있었기에 충주 불교의 지금이 존재합니다. 그 분들이 행한 걸음걸음을 잘 살피고 따르는 것이 목표예요. 이를 통해 화합을 넘어 ‘단합’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일심 스님이 충주 지역에 터를 둔 지도 30년 세월이다. 그만큼 충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크다. 오랜 세월 사암연합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선배스님들의 원력을 보고 들었다. 배운 바를 실행에 잘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또 하나 개인적인 발원도 세웠다. 매년 여건이 되는대로 연합회 소속 사찰을 두루두루 돌아보는 것. 특히 사정이 어려운 사찰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스님 자신이 10원 하나도 아끼며 맨 손으로 장왕사라는 사찰을 창건해 일군 만큼, 어려운 사찰에 유독 마음이 쓰인다. 때문에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어떤 사찰이라도 마음 편히 연합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스님은 “칼국수 한 그릇 말아먹더라도 서로 얼굴보고 교류하며 지역불교의 틀 안에서 보다 깊은 정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 사찰간 이해와 소통을 통해 보다 친밀한 관계가 이어지면 화합을 넘어선 ‘단합’의 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고한 기대다. 스님은 “충주불교계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합을 기반으로 조용하지만 강하게 다져진 저력을 ‘단합’으로 일깨운다면 지역불교가 한단계 더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20여 곳 사찰 하나하나가 지역불교를 위해 똘똘 뭉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편이 나은 사찰은 회향하고 어려운 사찰은 살피면서 단합을 이뤄가고자 합니다.”

인자한 미소, 조근조근한 말투에서 비구니 스님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원력은 굳다. 첫 비구니 회장 일심 스님이 일궈갈 충주 불교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