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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마거사의 기원

기자명 이제열

토론으로 장로들 제압했던 칫타장자가 모델

‘유마경’의 원제는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이다. ‘유마힐에 의해 설해진 경’이라는 의미이다. 범어 ‘비말라키르티니르데샤수트라(Vimalakīrtinirdeśasūtra)’에서 나온 명칭으로 비말라키르티(Vimalakīrti)는 ‘깨끗한 이름’이라는 뜻이고 니르데사수트라(nirdeśasūtra)는 ‘설해진 경’이라는 뜻이다. 이런 까닭으로 이 경을 깨끗한 이름의 경이라 해서 ‘정명경(淨名經)’이라고도 하고 더러움이 없는 이름의 경이라 해서 ‘무구칭경(無垢稱經)’이라고도 부른다.

유마거사는 실존인물이 아닌
법을 위해 설정된 화현보살
칫타장자, 법과 논리 뛰어나
부처님, 재가법사 제일 호칭

경에 나와 있듯 유마거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세속적으로도 모든 면을 완벽하게 갖추었을 뿐더러 법에 있어서도 부처님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부, 명예, 지혜, 덕, 변재, 자비 등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를 구족하였다. 그가 비록 겉으로는 거사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진실의 모습에 있어서는 부처님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옛 선지식들은 유마거사를 법신대사(法身大士)로 불렀다. 법신대사란 법신의 부처님이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보살로 화현한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마거사가 실제로 부처님 당시에 바이샬리라는 성에 살면서 활동했다고 믿지만 다소 무리가 뒤따른다. 보살 화현으로서의 유마거사가 부처님 당시에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마거사는 대승의 가르침에서 부처님의 깨달음과 그 법을 밝히기 위해 지어낸 경전 안의 화현보살이라고 해야 옳다. 이런 식의 화현보살은 ‘유마경’이 아니라도 대승의 경전들에서는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승만경’의 승만부인이나 ‘화엄경’의 53선지식 같은 인물들은 모두 세상에 실존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대승경전에서 그 뜻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만든 방편적 존재들이다. 화현보살은 대승경전 안에서 부처님의 교화 활동을 돕는 것이지 세상에 직접 출현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에 주의해야 할 내용이 있다. 그것은 이들 화현보살이 세상에 직접 나타난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원리마저 세상에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마거사나 승만부인 또는 53선지식들이 세상에 나타난 적은 없지만 그들 속에 들어있는 법과 수행 등 여러 가지 불도의 원리는 존재한다. 따라서 만약 어떤 사람이 이들이 지닌 갖가지 불도의 원리들을 이해하고 실천하여 불도를 완성한다면 그는 곧 유마거사이고 승만부인이며 53선지식이다. 경전 속의 가공인물은 그들이 지닌 원리에 의해 얼마든지 실존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부처님 당시에는 유마거사처럼 위대한 인물은 아주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유마거사와 같은 대승적 경지와 실천력을 구비한 사람이 존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인물을 탄생시키는데 있어 그 모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공인물로써의 유마거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처님 당시에 유마거사처럼 실존했던 제자가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곧 칫타(Citta)장자이다. 칫타장자는 마가다국 출신으로 마하나마 존자의 설법을 듣고 불환과를 성취해 성인의 지위에 든다. 설법과 논리가 매우 뛰어났으므로 부처님은 그를 재가법사 제일로 호칭하였는데 자신의 소유인 마치카산다의 망고숲을 승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장로들을 향하여 법을 설했으며, 열띤 토론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기도 했다. 그는 부처님을 만 난 후 수도원에서 종신토록 살았다고 전해진다. 몸에 병이 들어 임종을 맞게 되자 천인들이 문병을 하였으며, 가족과 친지들을 향해 설법을 하다가 거룩하게 목숨을 마쳤다.

유마거사는 이와 같은 칫타장자를 근거로 해서 만들어진 인물이다. 초기경전 곳곳에 칫타장자에 관한 기록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마거사가 칫타장자에 근원을 두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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