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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의 불교개혁론

보수진영의 거대 담론자 칭송
광덕·성철 스님과 깊은 인연
세상을 위한 ‘선진불교’ 제시

경세가란 학문을 하면서도 정책에 참여하는 조선시대의 사대부와 비슷한 존재다.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나아가 뜻을 펼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 학문을 연마하기 때문이다. 1월13일 지병으로 별세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경세가로 불렸다.

학문과 실천이 둘이 아니라던 박 교수는 뛰어난 학자이며 정치가였다.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선진화론’을 주창했으며, 대통령 수석비서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 국민생각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로써 세상을 바꾸려 했다.

이런 그의 별세 앞에 세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득권 보수, 퇴행적 보수, 이기적 보수가 판치는 세상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했던 진정한 보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탄식이 나온다.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비전 제시와 정책개발에 주력했던 참여적 지식인의 왕성한 활동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학자, 정치가였고 동시에 신심 깊은 불자였다. 외할아버지와 이모가 스님이었던 그는 젊은 시절 출가를 결심했을 정도로 불교에 깊이 매료됐다. 대학 때에는 청담, 성철, 광덕, 법정 스님을 모시고 불교를 공부했다. 특히 광덕 스님은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나라에 국혼은 있는가’라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광덕 스님을 통해 깨우친 보현보살의 구국구세(救國救世) 보살마음이 언제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투신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08년 6월 한국불교학회가 개최한 초청강연회에서 ‘선진불교론’을 펼쳤다. 당시 박 교수의 ‘선진불교론’은 한국불교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을 짚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불교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박 교수가 말하는 선진불교란 세상의 빛이 되는 불교를 의미한다. 그는 불교의 지향점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 ‘시대불교’, 부처님의 지혜를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중생불교’, 앎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불교’, 한국불교의 장점을 알리고 이웃불교 장점은 수용하는 ‘세계불교’를 제시했다. 그는 보현사상이 불교의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을 선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항상 하심하며 중생을 위해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펼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대한민국은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게 지론이었다. 이런 그가 각자가 지금 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노동행선(勞動行禪)’을 제안한 것은 당연하다.

▲ 이재형 국장
박 교수는 자신의 유해를 안성 도피안사에 안치해달라고 유언했다. 도피안사는 광덕 스님의 제자인 송암 스님이 상주하는 절로 박 교수는 투병기간 중에도 이곳을 찾아 기도하고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이제 세상은 선진화와 통일에 신명을 바쳤던 보수진영의 거대 담론자를 잃었다. 동시에 불교계는 한평생 불심으로 살았던 청안의 불자를 잃었다. 박 교수가 그간 보여줬던 정치적 행보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그의 진정성까지 부정돼서는 안 된다. 그가 꿈꿨던 세상이 우리가 실현해나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77호 / 2016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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