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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에게 드리는 글

  • 기자칼럼
  • 입력 2017.01.23 11:37
  • 수정 2017.01.24 13:37
  • 댓글 0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이 이끄는 11대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 하고도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11대 집행부는 “10대 집행부의 파행적이며 비민주적인 운영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비구니스님들의 열망에서 출발했습니다. 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비구니스님들의 간절한 바람을 안고 비구니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스님께서는 후보시절부터 “소통과 투명한 운영으로 일하는 비구니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회장에 당선된 후에도 스님은 가장 먼저 ‘화합’을 당부하며 ‘소통’과 ‘투명한 운영’이 11대 집행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1년 간 전국비구니회는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전국지회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미비했던 회칙을 개정해 논의 구조와 절차, 의무와 권리 등을 명시했습니다. 각 부서별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고 종무회의와 운영위원회를 통한 보고체계와 논의구조도 정비했습니다. 11대 집행부가 천명했던 ‘원칙’과 ‘운영 체계 정비’는 부족함 없이 갖추어졌다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성과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구니원로 추대와 원로회의 구성을 비롯해 해인사자비원 인수, 불교전문영어통번역 교육 실시, 템플스테이 지도자 양성 심화과정 교육 개설, 비구니회관 내 카페 메타 개장까지. 지난 1년 전국비구니회는 역대 어느 집행부보다 왕성히 활동하며 ‘일하는 비구니회’라는 위상을 구현해 왔다고 평가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 온 11대 집행부 소임자 상당수가 최근 교체 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각 부서장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린 지 한 달을 훌쩍 넘긴 후 이뤄진 인사였습니다. 총무부장을 비롯해 기획실장, 재무부장 등 핵심 소임자가 새로 임명되며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인사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몇몇 스님들이 사표를 제출했거나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임의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당해 사찰운영과 비구니회 소임 병행에 따른 피로 누적, 다양한 인재 영입을 위한 자리비우기, 역량의 한계에 따른 ‘자괴감’ 등. 또 한편에서는 후임자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업무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국비구니회 안팎 대다수의 스님들이 전하는 한결 같은 목소리는 ‘소통과 투명한 운영을 통한 11대 집행부의 순항에 대한 기대’와 ‘대중과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전국비구니회의 위상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당부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는 주요 소임에 대한 조속한 후임자 선임, 그 과정에서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소통, 능력에 따른 적절한 인사 배치는 집행부를 향한 비구니스님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회장스님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당부도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집행부 구성원의 대대적인 개편을 바라보며 “‘소통’과 ‘투명한 운영’이라는 11대 집행부 출범의 기치가 올곧게 구현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라는 비구니회 안팎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 보다도 묵직하게 들립니다.

이는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종단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기구이자 당당한 종단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단초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선출 등에 따른 개선 방안을 중앙종회에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임의단체인 전국비구니회가 비구니스님들을 대변하는 중앙종회의원을 추천하는 것이 종헌에 위배된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입니다. 지금껏 전국비구니회가 중앙종회의원을 추천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구니스님들의 의견을 대변해 종단에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전국비구니회의 역할을 사실상 인정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동시에 ‘독단적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은 10대 집행부에 대한 쇄신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던 원인이었고, 11대 집행부가 ‘소통’과 ‘투명한 운영’을 기치로 출범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그런 만큼 혹여 ‘불통’이나 ‘독단’ ‘불투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더 없이 아픈 상처가 될 것입니다.

▲ 남수연 기자
출범 2년차,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든 11대 집행부는 이제 진정한 소통 창구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투명한 인사, 열린 논의에 기반한 종무행정 구현, 그리고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중단 없는 소통입니다.

새해에는 전국비구니회가 6000여 비구니스님들의 명실상부한 구심점이 되길, 그를 통해 교단의 빛나는 한쪽 날개인 비구니스님들의 위상과 역할이 올곧게 평가받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길 기원합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77호 / 2016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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