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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서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

기자명 이병두

승가와 재가를 가릴 것 없이 불교인들 중에는 가톨릭을 ‘완벽한 집단’처럼 여기거나 지나칠 정도로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과거 역사에서 어떤 식으로 했든 가톨릭이 불교와 다른 이웃종교에 피해를 주거나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공격적 선교를 하지 않고 신부나 수녀들은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일반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또 로마 ‘교왕청’(나는 교황청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의 통제를 받는 전 세계 교구들이 교구 내의 신부·수녀와 평신도들을 일사불란하게 제어하고 있어서 혹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교회 안에서 처리하는 ‘자기 관리 능력과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부인의 이런 시각은 대체로 맞다.

로마제국의 탄압을 받던 기독교(가톨릭)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공인 이후 로마의 국교(國敎)가 됐다. 이후 유럽에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존(獨尊)의 지위를 누렸다. 동방 정교회와 갈라져 그리스·러시아와 소아시아 지역 등에서 영향력을 잃고 다시 10여세기가 지난 뒤 일어난 ‘기독교의 대분열’(흔히 ‘종교개혁’이라고 옮기지만 적절한 번역이 아니다)로 서유럽에서 독존 지위가 무너진 뒤에도 로마 제국의 제국 경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백년 동안 유럽과 중남미의 가톨릭 국가와 세계 교회를 지배해왔다.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면서 그들이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 여론을 다루는 방법도 세련되었을 것이다.

가톨릭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데에는 이밖에도 교회 안과 밖의 문제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대처해 온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1970년대 유신정권과 1980년대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의 성지 역할을 했던 명동성당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처럼 독재정권이 저지른 악명 높은 공안 사건이 있을 적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정구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땅의 민주화 정착에 그들이 기여한 공적이 컸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구사’마저도 가톨릭교회 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귀와 입을 닫은 채 ‘모른 척’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가톨릭 집안 사정을 모르는 비(非)가톨릭교인들이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이미지 또는 환상(幻像)을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유지해왔던 가톨릭의 ‘좋은’ 느낌 또는 환상이 얼마 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 자리를 내준지는 이미 오래 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각 교구가 병원과 복지시절 등을 신설·확장해오면서 쌓인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 문제들을 감추어두거나 교회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사회문제로 크게 터진 것이 대구교구가 수탁해 수십 년 동안 운영해오던 ‘대구시립희망원(희망원)’과 인천교구의 국제성모병원 노조 탄압 문제이다.

특히 매년 대구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해오던 ‘희망원’에서 오랜 세월 관행처럼 이어져온 ‘인권 유린’ ‘공금 횡령’ ‘비자금 조성’ 및 교구와 대구시 사이의 ‘관교 유착(官敎癒着)’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운영 주체인 대구교구에서는 문제가 크게 터질 때까지 ‘덮어두고 감추려고만’ 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러던 차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국내 최대의 ‘덕양행신종합사회복지관’을 수탁 운영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축하 인사와 함께 당부한다.

조계종은 대구의 ‘희망원’을 엉망으로 운영해온 가톨릭 대구교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와 같은 사고가 생기기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 ‘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고로 훌륭한 복지관’의 명예까지 가질 수 있도록 모범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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