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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성제의 진리도식 ①

기자명 김권태

인간의 정신이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이유

가끔씩 상담현장에서 경험하는 몇 가지 질문 유형이 있다.

임상현장에서 만난 정신병
불교적 해결법은 바른 인식
괴로움은 진리로 가는 입구
삶의 의미에 질문 던지게 해

“선생님, 제가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알고 싶어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제가 사는 이 세상이 환상인지 실제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요.”
“정말로 죽음 이후에 사후세계가 따로 있는 건가요?”

처음 학생상담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낯선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한 적이 있었다. 뭔가 철학적인 의문을 품은 예민한 사춘기 학생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꽤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한번은 졸업한 제자가 정신분열증에 걸려 찾아 온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 찾아왔다는 그 여학생은 당시 나이가 21살이었는데, 학생이었을 때도 창밖에서 누군가 자기를 부른다며 밤에 울면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은 자기가 현재 정신분열증으로 약을 먹고 있으며, 약을 먹지 않으면 환상과 환청으로 무척 괴롭다고, 자신의 병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공이 열린 채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그 학생에게 연민의 마음과 함께 두려움이 일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운 마음에 그 학생이 빨리 가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집에 돌아와 심한 자책감과 무기력에 시달렸다. 불교학과를 나와 늘 불교가 최고라며 불교사상의 위대성을 말하고, 또 날마다 십년 넘게 108배를 올리고 ‘금강경’을 독송했지만, 하얗게 동공이 열린 그 여학생 앞에 나는 두려웠고, 무력했고, 비참했다. 한마디로 부끄러웠다. 그해 겨울 나는 상담대학원에 등록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은 어찌하여 이러한 증상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증상을 치유할 수 있을까?

불교에는 사성제라는 진리도식이 있다.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 방법’이 그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괴로움’을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로 표현한 것이다. 사성제는 비록 괴로움의 소멸을 그 목적으로 하지만, 이 ‘괴로움’은 나와 세상에 대해,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며, 우리를 진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만약 우리가 아무런 고통 없이 일생동안 즐거움만을 경험한다면, 우리는 인생의 궁극적 목적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오직 감각적인 즐거움만을 탐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괴로움은 괴로움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괴로움의 출구가 된다. 이러한 고통에 대한 인식과 긍정성이 불교의 시작이다. 

불교는 이 괴로움의 원인을 사성제에 대한 무지, 즉 무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12연기로 생사유전한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와 모든 것이 연기적 가합으로 무상·무아임을 모르는 무지로 인해 탐진치 삼독과 욕애(欲愛)·유애(有愛)·무유애(無有愛)라는 욕망이 생겨나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식은 과연 임상현장에서 정신증과 경계선, 신경증 등으로 고통을 겪는 내담자들을 치유하는 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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