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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세기 초 사찰들의 학교 설립

기자명 이병두

한복에 학생모 쓴 불교학교 학동들

▲ 1910년 신명학교 학생들이 구례 화엄사를 방문한 모습.

위 사진은 1909년 구례 화엄사 등 여러 사찰들이 함께 설립한 신명학교의 학생들이 1910년에 화엄사를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남학생은 거의 모두 한복 차림에 서양식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특이하지만, 앞줄 양쪽 끝에 보이는 세 여학생의 모습에서는 굳센 의지와 당당함이 느껴진다.

을사늑약 후 잇따라 학교 세워
근대교육 통한 인재 양성 의도
독립운동가·작가 등 다수 배출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전국 사찰들의 학교 설립이 이어졌다. 신명학교에 앞서, 1906년에는 서울 원흥사 명진학교·해인사 명립학교·범어사 명정학교·건봉사 봉명학교·용주사 명화학교 등이 설립됐다.

“누가 어두운 앞길에 등불을 밝힐 수 있으며, 누가 길 잃은 나루터에서 뗏목이라도 놓아서 건네줄 수 있겠는가.” “신학문 교육에 의지하여 성인들의 가르침에 힘쓴다면 새의 두 날개와 같을 것이며, 문명 발달을 체득하고 불교에 뜻을 둔다면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을 것이다.”

‘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에 실린 ‘봉명학교 설립취지서’ 중 일부인데, 이를 통해서 국가와 불교가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당시 불교계 지도자들이 ‘나라를 살리고 민중의 삶을 일으키는 것은 오직 교육의 힘’이라는 취지로 학교를 설립하여 승려뿐 아니라 재가 학동들에게 근대적인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에 설립된 모든 학교들이 과연 개교 정신에 투철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봉명학교와 명정학교의 사례로 볼 때 설립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봉명학교는 개교하던 해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에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참여하였으며, 대동단의 핵심 인물로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의 망명을 도모했다가 체포되어 옥사한 독립운동가 정남용(1896~ 1921)이 건봉사 승려 출신의 봉명학교 졸업생이다. 봉명학교를 설립한 건봉사에서도 이 학교 출신 인재들을 일본에 유학생으로 보내는 등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1935년 강제 폐교되면서 ‘신학문 교육을 통한 국운 회복’의 희망이 꺾이고 말았다.

한편 범어사의 명정학교는 1919년 3월 31일 동래시장 만세 사건으로 강제 폐교 조치된 뒤 여러 차례 복교를 신청하였지만 허가가 나지 않아 1926년 3월15일에 범어사 불교 전문 강원으로 개원하였다가, 1943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에 관련되어 다시 강제 폐원되었다.(3·1민족운동에 범어사 주지 성월 스님을 필두로 명정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수많은 인사들이 옥고를 치른 내용은 국가기록원에서 확인되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명정학교가 남긴 자취는 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의열단원 김원봉의 고향 죽마고우로 1920년 12월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뒤 붙잡혀 사형당한 최수봉과 민족문학의 꽃을 피웠던 소설가 김정한 등 명정학교에 다녔던 인물들도 만만치 않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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