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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승려기본교육 현실

한국불교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된 종교별 신도수 통계 결과를 놓고 승, 재가 모두에서 무척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은 항상 ‘지금’과 ‘현재’를 중시한다. 일부의 표현처럼 한국불교의 미래는 암담한 모습으로 그려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땅의 불자라면 우리는 바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보다 더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승가교육 현실, 이것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대표적 요소로 평가된다. 가깝게는 1994년의 개혁종단 출범 이후, 조금 더 멀게는 1962년의 통합종단 출범 이후부터 종단 구성원들은 승가교육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조계종단의 승가교육 현실은 결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4년간의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기본교육과정과 그것을 담당하는 기본교육기관의 제반 현실을 보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조계종의 승가기본교육은 “행자교육을 이수한 사미, 사미계 수지자를 대상으로 비구, 비구니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고, 인천의 사표로서 지혜와 원력을 함양하기 위해” 시행하는 의무교육을 말한다. 이 같은 의무교육은 현재 승가대(강원), 기본선원, 동국대, 중앙승가대 등의 너무도 성격이 다른 기본교육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조계종으로 출가한 스님들은 누구나 4년간 의무교육을 마쳐야하는데, 그 의무교육이라는 것이 이처럼 천양지차의 교육환경과 교육내용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코 단일종단의 의무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조계종 승가기본교육이 지금 이 시점에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은 기본교육기관 일원화 문제야말로 미래 조계종단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 기본교육기관의 틀을 깨뜨리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교육기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개혁안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출가자 수의 급감과 고령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절박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매년 입시철이 되면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종사자들은 입학생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한다. 의무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 종사자들이 입학생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말 그대로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일부 의무교육기관에서는 입학하는 승려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제공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의무교육기관 종사자들이 입학생과 재학생 숫자를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들의 업무가 마치 사교육기관의 존속과 수입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는 현실, 이것이 바로 대한불교조계종 승가기본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승가교육 발전을 통한 조계종단의 발전과 한국불교의 발전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올 가을 조계종은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종단의 수장이 되겠다고 발원하고 계시는 스님들께 기본교육기관 일원화라는 과제를 반드시 성취해 주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승가대학교’라고 하는 명실상부한 단일 기본교육기관, 의무 교육기관을 반드시 출범시키시라는 제언이다. 현재 조계종단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인프라를 감안할 때, 이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단 수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기본교육기관 일원화에 대한 의지를 굳히고, 이것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종단 구성원들의 중지를 결집해 간다면, 그야말로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승가교육개혁안은 의외로 손쉽게 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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