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에는 모두 24종의 나무와 관련된 51편의 이야기가 등장할 만큼 풍부한 생태문학적 상상력을 내포하고 있다. 나무와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삼국유사’ 속 나무 이야기들이 드러내고 있는 상징성을 학술적으로 주목한 사례가 적었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국유사’의 생태문학적 상상력과 그 의미를 고찰하는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김재웅 경북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는 ‘국학연구론총’ 제18집에 ‘삼국유사와 생태문학적 상상력’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기이’편을 중심으로 ‘삼국유사’를 재해석해 한민족 생태고전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교수는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나무의 상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기이’편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반한 생태문학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국유사’에는 24종의 나무가 등장하는데, 동일한 나무를 활용한 각 편의 내용까지 합치면 모두 51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기이’편 18종, ‘탑상’편 11종, ‘피은’편 6종, ‘의해’편 6종 등이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나무는 소나무, 대나무, 향나무 등으로 소나무는 박혁거세, 김유신, 원효성사 등과 연계되고 있다.
김 교수는 “나정의 소나무 숲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국가를 창업하는 박혁거세의 신비로운 탄생은 신라의 영원성과 후손들의 번창을 상징하고 있다”며 “신성한 나무와 숲에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하는 생태신화적 상상력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아름드리로 자라는 나무의 특성을 통해 자손의 번창과 번영을 기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나무는 김알지의 후손 중 처음으로 왕위에 오른 미추왕이 이서국의 침략을 물리친 충절이 필요했음을 보여주는 등 충절, 화합 등의 상징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삼국유사’의 상상력은 신화와 설화의 갈래별 차이와 함께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드러내주고 있다”며 “때문에 ‘삼국유사’는 생태고전으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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