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막의 사슴은 어디서 목을 축여야 할까?

  • 불서
  • 입력 2017.02.20 16:23
  • 댓글 0

‘큰스님의 마음공부’ / 경성·각산 스님 엮음 / 21세기 북스

▲ ‘큰스님의 마음공부’
“사슴 한 마리가 마실 물을 찾아 이 언덕 저 언덕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들판 저 먼 곳에 큰 물웅덩이가 보였습니다. 사슴은 기쁜 마음에 한숨에 들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들판에는 물 한 모금도 없었고 다시 저 언덕 너머로 물웅덩이가 보이는 것입니다. 과연 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지의 열기로 뜨거워진 공기에 햇빛이 반사된 신기루였던 것이지요. 우리 삶도 목마른 사슴과 그리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사슴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사슴이 신기루를 물 웅덩이로 착각해 죽음을 무릅쓰고 좇듯이, 부와 명예를 행복의 결정체로 생각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해도 또다시 행복을 찾아 나서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사막의 사슴은 어디서 목을 축여야 할까?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

해인사 희랑대 조실 보광 스님이 마음이 병드는 근원을 해소할 지혜를 전한 ‘큰스님의 마음공부’에서 그 해답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스님은 참선, 교학, 율학을 두루 갖추고 평생 수행자로 살며 언행일치를 이룬 스승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시골 할아버지처럼 다정하면서도 삶의 문제와 인생 애환에 대해서는 번득이는 섬광처럼 예리하게 통찰한 지혜의 말씀을 곳곳에서 전한다.

보광 스님은 성철 스님이 해인사 주지를 맡기려 할 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해인사를 떠나 선방에 들었을 만큼 수행에만 관심을 두었다. 또한 “마음의 눈만 열리면 팔만대장경에 이미 천하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건만, 굳이 황금에 덧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책 한 권을 남기지 않았다. 이 책도 “내가 원해서 나온 책이 아니”라며 머리말조차 쓰지 않았다. 상좌이자 제자인 경성 스님과 각산 스님이 엮고 머리말을 대신한 이유다.

책에서 전하는 스님의 가르침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원한은 내가 그 일을 잊어버릴 때 사라지게 된다.” “성공적인 삶을 위한 인생에서 업보라는 짐을 모르면, 평생 고달픈 인생살이에 허덕이면서 하루도 근심걱정에서 풀려나지 못한다.” “중생과 부처의 차이는 바로 지금을 놓치는 데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스님이 전하는 가르침에 울림이 남는 것은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진솔한 가르침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간이 바로 복밭”임을 알게 된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