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시대 선종 청규·문헌 바탕
선종사원 생활과 제도 등 탐구
법문·독참·청익·좌선 시행한
설법당·방장·승당이 핵심 건물

이 책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은 선종의 여러 청규와 선 문헌을 바탕으로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각종 제도, 가람 구성, 생활철학, 그리고 사상적 바탕 등 선종의 생활문화 전반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불교가 지남으로 삼아 선종의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철학과 제도, 문화, 생활상, 납자 교육 및 지도시스템의 핵심은 중생을 부처로 만들고 범부를 조사로 만드는 ‘성불작조(成佛作祖)’에 맞춰져 있다. 선종사원이 중생을 부처로 만드는 ‘작불학교(作佛學校)’라는 것으로, 선종이 단순한 종교 교단이 아니고 미혹한 인간을 전인적 인간으로 형성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역사상 최초의 선종사원은 당 중기 백장회해가 창건한 백장산 백장사다. 그 이전까지 선승들은 율종사원에서 당우 한 채를 빌려 기거하는 이른바 더부살이 형식, 또는 독살이 형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선종은 그렇게 백장에 의해 비로소 율종사찰로부터 독립해 독자적 사원을 갖게 됐고, 백장총림을 세우면서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첫째 대웅전을 세우지 않고 설법당만 세운다. 둘째 생활경제, 즉 총림의 식생활 문제는 노동으로 해결한다. 셋째 주지는 불조로부터 친히 법을 부촉 받은 법왕이므로 그를 높이기 위해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당을 불상 봉안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불교 상황에서 볼 때 실로 파격적인 내용이다. 

저자는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가람에서 가장 중요한 당우는 법당(설법당)과 방장(方丈), 승당(선당)이었다. 법당에서는 법문을 들었고, 방장에서는 독참과 청익을, 그리고 승당에서는 좌선을 했다. 이 세 당우가 성불작조의 핵심적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기능을 강조했다.

저자인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2008년 가족과 함께 일본 교토 선종사원 답사 중 당송시대 선종사원 모습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곳들을 보면서 사원의 규모와 정갈함, 방장(주지실) 당우와 선종 특유의 석정 정원 등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당송시대 선종의 면면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8년여에 걸쳐 당송시대 선종의 모습을 추적하고 연구한 끝에 4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에 선종사원의 독립을 시작으로 선원총림의 목적과 철학, 직제와 조직, 법당의 등장과 불전의 쇠퇴, 선원총림 납자 지도와 오도시스템, 선종사원의 일과, 좌선의 정례화와 횟수, 방장의 납자지도 방법, 선원총림의 소임, 법어와 형식, 가람 구성, 규율, 입방 방법, 선승의 필수품과 도구, 선승의 입적과 장송 의식, 망승의 다비와 유품 경매, 안거, 발우공양, 예불, 행자교육, 선문답 방식과 기능, 고칙·공안·화두, 차문화, 정원, 법구, 좌선과 간경, 만행과 운수행각, 선미술 등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모습을 복원해 낸 책을 통해 한국불교의 폐해가 무엇인지, 나아갈 길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할 지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