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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929년 수감 중인 만해 스님

기자명 이병두

초췌함에도 번뜩이는 지사의 기개

▲ 1929년 촬영된 만해용운 스님 모습.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위 사진은 1929년 감옥(또는 경찰서)에서 촬영된 만해 용운(萬海龍雲) 스님(이하 존칭 생략)의 정면과 옆면 모습이다. 머리와 수염을 제대로 깎지도 못하고 얼굴은 초췌하지만 ‘모진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고 열반에 이르기까지 일제와 타협하지 않았던’ 혁명가의 기운이 강하게 풍긴다.

불교계 일신하려던 개혁가
폐단 과감히 고칠 것 제시
승속 함께하는 참선 강조

불자가 아니라도 웬만한 상식을 가진 우리 국민이라면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의 이름은 알 것이다. 그러나 ‘불교 개혁가와 학승 만해’의 이미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관한 연구 논문과 저서도 독립운동사와 문학 쪽에서 훨씬 많이 나왔다. 이것은 아마 해방 이후 불교계에 ‘비구-대처’의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승려의 결혼(娶妻)을 주장하였을 뿐 아니라 자식까지 남겼던 점 때문에 불교계 주류에서 평가를 유보해온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13년 간행된 ‘조선불교유신론’(이하 ‘유신론’)은 ‘불교개혁가 만해’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고, 한해 뒤인 1914년에 간행되어 ‘축소판 팔만대장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불교대전’은 학승 만해의 면모를 보여주는 저서이다.

특히 ‘유신론’은 만해가 ‘불교개혁가’로 등장하는 첫걸음이었으나, 그가 던진 ‘개혁’의 화두는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아직 끝을 맺지 못한 채 한 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고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만해는 1909년 집필을 시작하여 이듬해에 백담사에서 탈고한 ‘유신론’에서 ‘인습 타파’ ‘혁신’ ‘부처님의 근본정신 발휘’ 등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특히 조선불교에 오래도록 쌓여온 “폐단을 파괴하기를 기피하고 피상적인 개량만을 추구한다면 그 폐단이 제거되지 않는다”면서, “조선불교유신에 뜻을 둔 사람은 유신하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파괴하지 않음을 걱정하여야 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을 펼쳤다. 만해와 ‘같은 시대’를 살며 일신의 안일을 돌보지 않은 채 결코 굽히지 않고 일제에 저항하는 함께 ‘바른 길’로 일관되게 나아갔던 단재(丹齋) 신채호도 ‘건설에 앞선 파괴’를 강하게 주장하였는데, 오늘날 기준에서도 과격하게만 보이는 이들의 ‘파괴 우선’ 주장은 그 시절 상황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리라.

한편 만해가 당시 승려들의 ‘자유로운 탐구자세 결핍’과 ‘식견의 편협함’ 때문에 불교가 쇠퇴한다면서 “승려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승려들의 “참선이 외형적으로는 매우 성황을 이루었으나 내실을 기하지 못하였다”고 분석하며 ‘승속(僧俗)이 함께 하는, 일상생활과 자연 속에서의 참선’을 제시한 것은 여전히 유효한 주장일 것이다.

만해는 또한 전래의 모든 의식절차를 비난하며 그 중에서도 “복을 빌어 망령되이 제사지내는 재 공양(齋供養) 등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당시 이 글을 읽고 공감한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복(福)을 비는 의식이 점점 많아지고 그것이 사찰 재정의 중심축이 되는 오늘날에는 더욱 호응을 받기 어려울 터인데, 만해가 다시 살아온다면 혁명가답게 크게 호통을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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