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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의 공공성

기자명 광전 스님

연말연시 종무소에 앉아 일하다 보면 기부금 영수증 발급에 대한 민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보통 1년 동안 비영리단체인 사찰에 시주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아 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기 위한 민원이다.

사업체의 목표는 돈을 버는 데 있다. 비영리단체라는 것은 사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수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수입을 그 단체의 목적에 따라 지출하여 돈을 남기기보다는 단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수입의 규모가 늘어나면 그 단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리단체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서 순수익을 극대화하여 소유주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와 달리 비영리단체는 그 단체의 고유한 목적에 따른 사업시행 자체가 목적이다.

비영리단체는 국가와 시장 영역에서 분리된 제3영역의 조직과 단체를 통칭하는 포괄적 개념을 가진 말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준공공(semi-public) 및 민간조직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공익성을 띤 단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비영리단체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누리게 되고 재산세도 거의 내지 않으며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사람은 일정한 세금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왜 정부는 비영리단체에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영리단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나 교육 그리고 사회적 약자 계층을 돌보는 일 등 국가가 해야 할 공익적인 성격의 일을 비영리단체가 하기 때문에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물론 이미 많은 종교단체에서 학교사업이나 병원 같은 의료사업, 그리고 요양원이나 고아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기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단체 내부의 운영에 있어서는 사회의 기대만큼 투명하거나 공익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종교단체가 설립된 목적은 각 종교가 가지고 있는 가르침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종교단체의 설립목적보다는 종교단체의 유지 및 성장에만 관심을 두어, 결국엔 주객이 전도되어 종교단체가 가장 종교적이지 않은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요즘 매스컴에 회자되는 종교인구 감소의 이유도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이 싫고 필요치 않아서가 아니다. 아마 부처님과 예수님을 닮지 않은 스님들과 신부님, 목사님과 같은 종교인과 종교단체에게서 종교적인 감동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도화된 종교조직에 몸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도 상당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인이 정치가나 기업인에게 성자의 가르침으로 종교적 감동을 주어 그물망처럼 얽혀 존재하는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서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인 자비와 사랑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지향점이 될 수 있도록 철학적 종교적 밑받침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종교단체의 공공성, 그리고 종교인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사명이다. 우리가 그 사명을 사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에서 종교가 더 이상 서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다.

광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chungkwang@yahoo.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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