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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정영숙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 40·은혜심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다.

말리는 엄마, 한다는 아이
삼복더위에도 사불·108배
덕분에 남편과 함께 수행
부처님 가피로 행복만들 것

나는 아이에게 내 경험을 빗대어 “민재야. 힘들다. 하지말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달랐다. “엄마. 해보고 못하겠으면 그때 안할게.”

나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멍했다. 아이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루도 빠짐없이 1차에서 3차까지 90일씩 반복되는 재가안거 수행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거뜬하게 완성했다. 1차 재가안거 사불수행을 신기하게도 잘 마치더니 2차 때는 삼복더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뻘뻘 흘리면서 108배 수행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너무 힘들게 기도하지 말자!”라고 제안 했지만 엄마의 투정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그 더운 여름날 야외 야영장 텐트 안에서 남들이 보든 안보든 신경 쓰지 않고 정진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가슴 한 곳이 뜨거워지는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됐다. 여행을 하다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항상 약속이라도 한 듯 법당에서 108배를 올렸다. 그만큼 수행과 기도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와 아이가 달라지니 신랑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3차 재가안거 기도는 신랑까지 동참을 하면서 가족 수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진 1000일 감사수행! 지금 너무나 고맙고 뜻깊게도 어머니도 함께 온 가족이 감사수행을 시작했다. 아슬아슬했던 세향기도반 기도수행도 어느덧 1200일이 넘어섰다.

어떤 날은 기도하기 싫어서  “우리 오늘 기도 안하면 안 될까?” 이렇게 이야기 할 때에도 있었다. 그러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이렇게 말하며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다. “엄마, 같이 하자!” “김경숙 소장님과도 주지스님과도 부처님과도 친구들과도 한 약속이야. 그래서 꼭 해야 해….” “약속은 어기면 안 돼….”

이렇게 아이가 이야기 할 때마다 원망보다는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부끄러웠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실감했다. 아이는 훌륭한 도반이자 스승이었다. 덕분에 매일매일 빠짐없이 수행을 할 수 있었다. 곱씹어보면 수행의 시간들이 지난날 나의 업장을 녹여 지금의 행복한 가정, 지금의 좋은 신랑, 좋은 아빠를 만나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매주 절에 가는 시간이 설렌다. 좋은 도반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열심히 기도한 덕분에 신랑은 절에서 김경숙 소장님의 추천으로 주말농장 농장장이 되어 봉사하고 있다. 더불어 나는 청소년문화관장의 소임을 맡으며 많은 행사 준비의 분주함에 가끔씩 ‘투덜이’가 되곤 하지만 봉사하며 배울 수 있어 감사하고 이런 좋은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신 소장님이 정말 감사한 인연이다. 가족 모두 부처님 울타리 안에서 수행하고 기도하게 됐으니 말이다.

문득 친정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불교는 수행이야. 내 마음을 닦기 위해 하는 거잖아. 내 욕심을 비우는데 남편하고 싸울 일이 뭐가 있니? 부처가 어디 법당에만 있니? 진짜 부처는 집에 있는 거야.”

그때는 너무 어려서 몰랐다. 이 말의 의미를…. 이젠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아직은 여전히 불교를 모르는 무식쟁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노래 부르듯이 흥얼거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내가 참 좋다. 이기심이 이타심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자비심이 깊어지지 않는다면 기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한다면 말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항상 ‘나를 비우고, 조금 더 타인을 배려하며 매순간 감사하는 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기도한다. 언제부터인가 늘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게 되면서 매일 매일이 더욱 감사하다.

무엇보다 내 신랑과 내 아이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늘 함께 부처님의 가피와 믿음으로 살아가며 행복을 만들어가고 싶다.

끝으로 우리가족이 1000일 감사수행기도를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발원한다. 그 발원과 목표가 있기에 나는 지금도 기도정진하며 수행 중이다.

오늘도 나는 아주 특별한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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