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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찬자는 자강 메시지 전한 불교지식인”

▲ 불교학연구회는 3월11일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동아시아 불교와 설화적 상상력’을 주제로 봄 논문발표회를 열었다.

어떤 민족이든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구전된 설화를 향유해왔다. 설화는 상상력에 기반을 둔 것으로, 설화와 상상력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고유의 사유체계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 불교가 설화적 상상력을 수용해온 양상과 맥락을 살펴보는 자리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불교학연구회, 봄 논문 발표회
‘동아시아불교와 설화’ 주제로
동악어문학회와 공동으로 주최
‘금강산’ ‘서정주’ 등 논문 5편

불교학연구회(회장 최종남)는 3월11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227호에서 ‘동아시아 불교와 설화적 상상력’을 주제로 봄 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봄 논문발표회는 50여년 동안 한국 어문학 연구에 매진해온 동악어문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여 불교학과 어문학의 접목을 통한 연구 확장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1930년대 중반 불교계의 금강산 잡지 발간과 그 의의’를 발표한 이경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금강산’ 잡지 발간 전모는 물론 목적과 의미를 구명해 일제강점기에 불교 정체성이 어떻게 구체화됐는지 밝혔다. ‘금강산’은 불교계에서 최초로 펴낸 금강산 관련 잡지로, 표훈사가 1935년 9월부터 1936년 4월까지 10번 발간했다. 김태흡, 권상로, 박한영 등 당대에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불교지식인들이 대거 필자로 참여해 금강산을 불교적 관점에서 다뤘다.

이 학예연구사는 “‘금강산’ 발간은 1930년대 금강산에서 본격화된 대중 관광시대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응답으로, 불교계가 불교라는 전통에서 금강산을 표상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불교적 전통과 역사, 전승을 되살리고 금강산의 주인이 불교임을 역설함으로써 금강산에 대한 상업화 흐름 속에서 불교 입지를 드러내고자 했던 시도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미·윤재웅 박사는 서정주 시인이 지귀 설화 모티브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그 양상을 살펴봤다. ‘서정주 문학의 지귀(志鬼) 설화 수용 양상’ 논문에서 김명미·윤재웅 박사는 지귀 설화가 불교경전 속 설화는 아니지만 불교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때문에 문학을 통해 불교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해온 서정주 시인이 지귀 설화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수용하여 문학의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서정주 시인이 1957년 발표한 시 ‘선덕여왕의 말씀’과 1969년 발표한 산문 ‘신라여인의 미와 화장’ 등을 예로 들었으며, 특히 1982년 발표한 시 ‘지귀와 선덕여왕의 염사’는 지귀 설화 내용이 가장 충실하게 재창작된 것으로 평가했다. 김명미·윤재웅 박사는 “서정주 시인의 신라정신은 초기에는 흐릿한 안개처럼 실체 없는 것이었지만, 민족 정체성의 빛나는 모형으로 상정하고 이 바탕 위에서 지귀 설화를 탐구해나갔다”며 “서정주가 선덕여왕 화법을 빌려 역사의 지평을 없애버렸다는 점에서 현대와 신라를 함께 살아가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연처(佛緣處) 만들기의 설화적 맥락과 의미-고기(古記) 소재 설화를 중심으로’를 발표한 김승호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고기’의 불국토 설화에 주목하여 ‘삼국유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불국토화 서사의 특징을 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불교적 천신인 환인을 통해 천상의 불성을 이 땅에 파급시키는 구조의 서사를 ‘불성의 수직적 전이’로, ‘고기’의 ‘유점사 연기’ ‘미황사 연기’ 사례를 ‘불성의 수평적 전이’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신라, 고려 불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이는 ‘고기’의 찬자는 이 땅의 불국토화를 겨냥한 설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또한 천축과의 결연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성은 배제해 중화종속적 인식에 반기를 들고 이 땅의 불국토성을 드러내고자 애쓴 자강적 불교지식인”이라고 강조했다.

최귀묵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본지수적설(本地垂迹說)과 반본지수적설(反本地垂迹說)의 관련 양상’을 발표했다. 본지수적설은 ‘신은 본체인 불보살이 중생 구제를 위해 모습을 바꿔 나타나는 존재’라는 주장으로 중세 일본의 불교와 신도(神道)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한 반발로 태동한 반본지수적설은 ‘불보살은 본체인 신이 모습을 바꿔 나타난 존재’라는 주장이다. 본지수적설과 반본지수적설은 일본 중세 종교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건으로 평가돼왔다. 최 교수는 두 주장의 논리와 함의를 살펴본 뒤 본지수적설이 일본의 재래신앙을 격상시킴으로써 민중을 격하시키는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삼보감응요약록(三寶感應要略錄)의 동아시아 전승과 지장신앙’을 발표한 조계종 교육아사리 정완 스님은 중세 중국사회의 일상생활에 작용했던 지장신앙을 이해하기 위해 ‘영험담’으로 불리는 중국설화를 고찰했다. ‘삼보감응요약록’은 11세기경 민간신앙이 성행하던 시대에 승속 모두를 권장하기 위해 편찬된 불교설화집이다. 삼보의 감응영험을 지향하는 설화 내용과 요약을 추구하는 표현방식 및 중층적 주제의 편찬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정완 스님은 “‘화엄경전기’에서 ‘삼보감응요약록’에 이르기까지 지장영험담 설화에서는 평범한 스님을 지장보살로 전환시켰는데, 이처럼 일반 스님이 지옥 구제를 책임지는 보살로 역할이 전환된 데에는 중세 중국의 사후체계 관념이 변화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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