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다르마팔라 스님

기자명 이병두

일제 때 한국에 진신사리 전한 고승

▲ 1933년 인도 사르나트에서 정식 비구계를 받은 다르마팔라 스님.

어릴 때 이름이 헤와위타르네(Hewavi tarne)였던 앙가리카 다르마팔라(Anagārika Dharmapāla, 1864~ 1933)는 조국 스리랑카에서 꺼져가고 있던 불교의 불을 다시 밝혔을 뿐 아니라, 붓다가야를 비롯하여 인도에 있는 부처님 성지들을 복원하고 대각회(Maha Bodhi Society)를 설립해 인도에서 불교 부활의 씨앗을 뿌린 인물이다.

8살 때 “청정히 살겠다” 서원
인도 붓다가야 등 성지 복원
1913년 8월 서울 각황전 방문
1933년 입적 앞두고 삭발염의

그가 “불교인이 되겠다” 서원하고 계를 받을 때에 바꾼 이름 앙가리카 다르마팔라는 팔리어로 ‘집을 떠나 진리와 법을 수호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는 출가 수행자와 재가 신도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위치에서 “평생 동안 팔재계(八齋戒)를 지키겠다”는 다르마팔라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그는 여덟 살에 이미 “청정하게 살겠다”는 서원을 하고 죽을 때까지 성 행위를 하지 않는 금욕 생활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삭발을 하지 않았던 것은 재가자로서 불교를 지키고 부흥하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1885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붓다가야를 방문하면서 붓다가야를 비롯한 성지를 복원하고 힌두교 소유였던 이 성지들을 불교가 되찾는 일에 일생을 바치게 되면서 이 의지를 구현하게 된다.

청정한 계를 지키되 삭발은 하지 않고 살던 그였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1933년에 부처님께서 처음 가르침을 펼치신 사르나트(Sarnath)에서 머리를 깎고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은 뒤 그 해 12월 그곳에서 68년의 생애를 마쳤다. 일생 동안 불교 부흥과 성지 복원에 투신하면서도 재가자 신분을 유지하였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왜 삭발 수행자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을지 궁금하다.

위 사진은 그가 비구계를 받고 스리 데와미타 다르마팔라(Sri Devamitta Dharmapala) 스님이 된 기념으로 찍은 것이다. 붓다가야의 관리·소유권을 이전하는 문제와 복원 문제를 두고 힌두교 쪽과 갈등을 빚고 때로는 마찰이 커져서 충돌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강한 운동가의 면모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에서는 ‘강력한 불교 운동가·혁명가’의 느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고요하게 명상에 잠긴 참선 수행자’ 이미지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의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불교를 알리는 일에 앞장섰고,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우리 땅에도 찾아와 희망을 전하였는데, 그의 방한을 반기던 모습을 ‘조선불교통사’에서 이렇게 전한다. “1913년 8월20일 실론 섬의 고승인 다르마팔라가 서울에 와서, 21일 밤에 승속 남녀 수십여명이 남산정의 화월루에서 환영 연회를 열었다. 달마선사가 환영 석상에 나와, 부처님 사리 한 과를 모셔 조선불교 대표자에게 전하였다.…이에 조선 전국에서 6000 승려 및 모든 시주자들이 돈을 내어 서울 수송동에 각황사를 고쳐지었다.”

이때 다르마팔라가 전해준 부처님 사리는 몇 해 전까지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 있던 돌탑 안에 모셔져 있었고, 탑의 해체 과정에서 사리 전달 과정을 새긴 은제 사리함이 나오기도 하였다. 요즈음이야 스리랑카·미얀마·태국에서 온 진신사리라며 곳곳에서 탑에 봉안하고 있지만, 그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최소한 다르마팔라가 104년 전에 전해준 사리 1과는 믿어도 되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