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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쁨은 행복의 씨앗

기자명 재마 스님

일상에서 기쁨 발견할 때 존재여행도 풍요

햇살이 창문 틈으로 환하고 따사롭게 들어오는 아침에 인사드립니다. 새들의 지저귐이 노래처럼 들리는 이 시간이 저에게 속삭입니다. “이 환한 곳으로 좀 와봐! 내가 비추어 줄게”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의 용기를 좀 봐!” 저는 파란 하늘과 찬란한 햇빛을 보고 반가움과 환희를 느낍니다. 제 속에 있는 밝음과 기분 좋은 따사로운 에너지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햇빛은 제가 빛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새싹은 그 단단하고 무거웠던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그것은 제 안에도 무기력하고 무거운 부정적인 에너지를 뚫고 나오려는 살아있는 동력을 꿈틀거리게 합니다.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음 알고
최선 다해 진정하게 있어 보면
내면 기쁨으로 연결됨을 발견
자연과 생동감을 나눔도 기쁨

이 아침의 찬란한 풍경들, 햇빛과 땅위에 하늘빛을 수놓은 활짝 핀 작은 꽃잎들을 불보살님들께 공양 올립니다. 땅의 신선한 냄새와 투명한 아침 이슬을 머금고 반짝이는 나뭇가지들을 모두 바칩니다. 주인 없는 아름다운 것들, 곧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이 작은 생명들의 무상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거룩한 불보살들께 바칩니다. 이 새로운 하루의 풍광을 선물 받은 저는 다시 이 풍경들을 공양 올리면서 더 충만하고 기쁩니다. 

자연에서 누리는 기쁨은 오늘의 존재여행을 행복하게 하는 비결입니다. 여기에 달라이라마 존자님을 본받아 오늘 하루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일체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선행을 할 것을 결심합니다. 이 결심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맑은 물 한 잔 올립니다. 제 존재가 오늘 하루 목마르고 고통 받는 누군가에게 맑고 시원한 물 한잔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절을 올립니다.  

지난 주 수요일 남부지방에 있는 교정을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매화향기가 바람에 실려 제 코앞까지 왔습니다. 제 발길은 기숙사 현관 앞에 온 몸에 청백의 꽃잎을 피워내고 있는 나무 앞으로 향하면서 고마운 나무와 제 마음을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에게 바쳤습니다. 나무의 생명활동에 경의를 표하고, 홀로 서있는 나무의 단단함과 당당함, 싱싱함을 배우고 싶어 기대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시공간을 잊고 매화나무와 하나 되어 황홀할 만큼 행복했습니다. 그날 하루, 아니 지금까지 내내 매화향이, 꽃이 제 안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매화 향기를 시작으로 산수유의 노란 빛깔이 점점 짙어갈 즈음 커다란 나무에 하얀 목련 꽃등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꽃나무가 군데군데 있는 교정에서는 학생들의 눈길을 받는 행복한 나무들이 점점 늘어나겠지요. 저의 꽃을 만나는 기쁨은 존재여행을 더 기쁘게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만남으로, 어떤 것 때문에 기쁨을 경험하셨는지요? 시 한 수, 한 마디의 말, 노래 한 곡, 흘러가는 구름 등 아주 작은 것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기분 좋은, 웃는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번 주간 한 번 실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해보기, 몰두해서 그 자리에서 누리기,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거나 그 순간에 그대로 존재해보기, 10분만이라도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오롯하게 있기’를 권합니다.

무엇인가를 보거나 듣거나 할 때, 머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세요. 어쩌면 우리가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오롯하게 그 시간에 그냥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귀한 시간인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해 진정하게 제대로 있어보면 내면의 기쁨으로 연결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만나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다른 것을 찾거나 매달리지 않고 그냥 있어보면 여유와 기쁨을 발견할 것입니다. 

흔히 불교를 기쁨이 없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요하게 앉아 그저 존재하는 기쁨은 어떤 불행이나 고통도 앗아갈 수 없는 진정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또한 매일 매일 발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나누는 것도 기쁨입니다. 행복의 씨앗인 기쁨을 일상에서 발견하여 존재여행이 더 풍요롭기를 기원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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