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력수행 김은선-상

기자명 법보신문

▲ 48·이정
2012년, 아들은 힘들었다.

수능 앞둔 아들 걱정하다
설악산 봉정암 기도 동참
대비주 고성정진하며 눈물
수행에 매진하겠다고 발심

수능을 앞두고 자신감 부족과 조바심 탓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긍정의 말로 위로는 했지만 힘들다는 사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불교에서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성지,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오자는 제안이었다.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봉정암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마음이 먼저 앞섰다. 강원도 높은 산이라고 했다. 산을 좋아하지도 절에 다녀보지도 않은 내겐 너무 멀고 방법도 난감했다. 점점 마음속 그리움으로 남아 있겠지 싶었다. 실제 그렇게 엷어져 갔다.

그 무렵이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봉정암에 간다는 방송을 들었다. BBS 불교방송의 ‘나를 찾아 떠나는 산사순례-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철야정진’ 기도였다. 지도법사는 법상 스님이라고 했다. 지도법사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봉정암에 간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접수했다.

날짜를 잊을 수 없다. 2012년 7월14일이었다. 드디어 봉정암에 가게 되었다. 법상 스님의 법문 ‘유심소현(唯心所現)’ 그대로였다. 모든 것은 마음속에 나타났고, 마음먹기에 달렸다. 알게 모르게 마음에 자리한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산이 높고 험난하다 들었다. 하지만 절에는 노보살님들도 많이 가시니 처음인 나도 쉽게 오를 것이라고 여겼다. 얄팍한 생각이었다. 막상 동참해보니 연령층도 다양하고, 오히려 노보살님들이 나보다 더 힘차게 올라가셨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더군다나 비까지 내렸고, 우비가 들러붙어 더 힘든 산행이었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고 했다. 소원성취가 코앞이라는 생각으로 허리에 발에 힘을 실었다.

결국 봉정암에 다다르지 못했다. 거세지는 빗줄기에 길이 막혔다. 봉정암 순례가 취소되었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신 기도장소는 오세암이었다. 도량에 도착하니 춥고 불편했다. 옷과 마음이 비에 흠뻑 젖은 탓이었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 개인시간이 주어졌다. 도량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천 개 손과 천 개 눈을 가진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을 처음으로 뵈었다. 백의관세음보살님도 너무 웅장하고 고귀하셨다.

뒷날 안 사실이지만 오세암은 자장율사가 관음조 인도를 받아 관음봉 아래 관음진신을 친견하고 도량을 일으켰다고 한다. 원래 이름도 관음암이었다. 오세암(五歲庵)이라 불리게 된 시기는 1643년 설정 스님이 중건한 다음부터라고 알려졌다. 다섯 살 아이가 관음보살에게 온 마음 바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이름도 바뀌었다고 들었다. 폭설에 길이 끊긴 스님이 뒤늦게 찾아간 관음암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목탁을 치며 가늘게 관세음보살님을 불렀다고 한다. 아이는 관세음보살님이 밥을 주고 놀아줬다고 했다. 하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님이 성불의 기별을 전하고 한 마리 푸른 새로 변해 창공으로 날아갔다는 전설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런 법당에서 기도하면 나의 소원을 이루는 데 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도가 시작되었다. 마포에서 출발할 때 버스 안에서 처음 들어본 ‘천수경’을 독송하였다. 법당에 전기가 없고 촛불로 법요집을 밝혔는데 어두워서 보고 따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보살님이 촛불을 내게 밀어주며 놓친 부분을 짚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지도법사인 법상 스님의 목탁에 맞추어 대비주 고성정진을 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나는지 몰랐지만 환희롭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에 뿌듯했다. 기도를 마치고 수험생을 대상으로 스님께서 오세암 단주를 주셨다.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날 대비주 기도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기도를 계속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 덕양선원 카페에 가입했다. 일상생활 중에 카페에 출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법문도 공부하고 동영상과 사진으로 법당과 신도님들 얼굴을 익히며 대비주 3독씩 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하루는 조심스럽게 댓글을 올렸는데, 스님께서 같이 기도하자고 답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기뻤다.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