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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교육원 교육팀장-상

전주 룸비니 활동이 첫 불연

 
부처님은 사문유관(四門遊觀)이 전환점일지 모른다. 내 인생에서 굳이 꼽자면 그런 전환점이 3번 있었다.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5·3인천사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라고 말할 수 있다.

80~90년대 자주화운동 매진
아르바이트로 포교원 업무

김제에서 태어났지만 전주로 이사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1학년 학기 초, 그러니까 봄이었다.  각 서클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했는데, 칠판에 ‘불(佛)’자 하나 써 놓은 선배들이 있었다. 종교에 관심 없던 때였다. 좌담회가 있다는 설명에 끌렸다.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 가입했는데, 전주 룸비니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지회인 반야회였다.

그 해 여름, 전북 지역 룸비니불교학생회연합회가 금산사에서 개최한 수련회에 동참했고 당시 주지였던 도영 스님에게 ‘월산(月山)’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불연의 시작이었다.

1986년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에 터진 5·3인천사태는 내 마음 속 실천불교의 싹이 튼 계기였다. 신민당 ‘직선제개헌 1000만 서명 운동’ 인천 및 경기도지부 결성대회가 운동권의 격렬한 시위와 공권력의 무력진압으로 무산된 사건이었다. 운동권에 대한 정권의 탄압을 만천하에 드러낸 일이었다. 나에겐 서로가 헐뜯고 유혈사태까지 생긴 끔찍한 기억이었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그 아픔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어렸지만 불교가 아픔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육군사관학교 시험에 떨어진 뒤 재수 끝에 동국대에 입학했다. 동양사상과 철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성균관대에만 그 학과가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종립대학인 동국대를 택했고, 국문과와 인도철학과 그리고 불교학과 중 1지망이었던 국문과로 진학했다. 사회와 역사의 큰 물줄기 안에서 불교가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문학에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정작 수업보다는 보살사상연구회 활동과 학원자주화투쟁에 빠져들었다. ‘부처님이 이 시대에 계셨다면’이란 가정 아래 마르크스와 비교하기도 했다.

▲ 2008년 금산사 서래선원에서 열린 종무원 수련회에 참여한 박정규(사진 왼쪽) 교육팀장.

나름 치열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새내기 땐 조계사 대학생 법회 창립을 돕고, 2학년이던 1988년에는 문과대 교과과정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최재성 전 의원, 총장은 지관 스님이셨다. 100일 가까이 총장실을 점거하며 학교와 협의 끝에 북한학과를 만들기도 했다. 최재성 전 의원이 총무원을 찾았을 때 “얘가 그때 총장실 점거했던 녀석”이라고 웃으시던 지관 스님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니, 내게 봄은 숙명처럼 부처님과 함께 왔다. 1990년 학자투 문제로 6개월 간 구치소에서 살았다. 다음해 5월에 재판이 끝나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뒤늦게 입대했다. 1994년 봄, 제대를 얼마 앞 둔 말년병장 때 일이었다. 종단개혁을 뉴스로 접했다. 적어도 내겐 ‘불교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었다. 종단개혁 즈음 제대했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나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던 선배나 친구들이 종단 지근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학점 메우며 다녔던 1994~1995년 마지막 대학 시절, 내게도 그 인연이 닿았다.

포교원 포교연구실서 포교과장으로 일했던 박희승 선배는 포교 청사진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맨 땅에 헤딩하듯 계층포교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회의기록 정리는 아르바이트생이던 내 몫이었다.

정리=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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