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욕자카르타 근교의 보로부두르 사원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석조 대승불교 사원이다. 사원의 1층 회랑에는 부처님의 일생과 아리야 슈라의 자타카 말라에 기초한 부처님의 과거생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그 중에 부처님께서 전생에 딱따구리로 태어나셔서 굶주린 사자에게 선행을 베푼 자와사쿠나 자타카(Javasakuṇa Jātaka)는 아주 유명하다. 남방불교 팔리 자타카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제타와나에 머무르실 때 데바닷타가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을 설명할 때 이 과거생 이야기를 하신 것으로 나타난다.
고마움 모르는 사자 용서
사자는 데바닷타의 과거
대가 바라지 말라는 교훈
옛날 브라흐마닷타(Brahmadatta)왕이 바라나시(Bārānasi)를 다스리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히말라야 산의 깊은 숲에서 딱따구리로 태어나셨다. 하루는 사자 한 마리가 사냥감을 잡아먹고 있을 때 그 동물의 뼈가 목구멍에 걸려 버렸다. 목이 아파서 더 이상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 사자는 괴로워하며 바로 위 나무에 살고 있는 딱따구리에게 목구멍에 걸려있는 뼈를 제거해달라고 부탁했다. 딱따구리는 사자의 입안에 그냥 들어갔다가는 사자에게 잡혀 먹힐 것이 분명하므로 사자의 부탁을 거부한다. 하지만 사자가 살려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자 딱따구리는 지혜를 발휘하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단단한 나무 막대기를 사자의 위턱과 아래턱 사이에 고정하여 사자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사자의 입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에 걸린 뼈를 제거해 준다. 그리고 사자의 입속에서 나온 후 나무 막대기를 제거하여 사자를 살려주고 나무위로 날아 올라갔다.
며칠 후 딱따구리는 자신이 구해준 사자가 원기를 회복하고 야생 버팔로를 잡아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과연 저 사자가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사자에게 물었다. “친구여, 나는 얼마 전에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친절을 당신에게 베풀었다. 이제 당신이 나에게 조금의 친절을 베풀 때가 온 것 같지 않은가?” 사자는 딱따구리에게 답했다. “얼마 전에 너는 나의 입속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단 말인가! 네가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난 이미 은혜를 충분히 갚은 것이야!” 부처님께서는 침착하게 사자에게 답했다. “역시 그대는 배은망덕한 철면피구려. 나는 선행을 베풀면서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오. 나는 그대에 대한 나쁜 생각이나 험한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웠다. 다만 이제부터 당신 같은 자와 함께 지내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딱따구리는 사자를 원망하지도 않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도 않은 채 그곳에서 멀리 날아갔다고 한다. 이때 배은망덕한 사자는 데바닷타이고 딱따구리는 부처님 자신이라며 과거가 현재와 연결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친절을 베풀 때 어떤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진심에서 우러난 선행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고, 만일 대가를 바라고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 친절은 더 이상 선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방불교 자타카는 이 이야기를 부처님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데바닷타의 배은망덕함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보로부두르의 제1회랑에는 입을 벌린 사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딱따구리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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