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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단 북부지역 교정교화팀 김인수-하

기자명 김인수

적선에 1000년 걸려도 교도소는 내 무량수전

 ▲ 73, 심우
수용자와 무슨 인연이 있었던 걸까. 1999년 포교사고시에 합격한 뒤부터 광주교도소에서 교정교화활동을 하고 있다. 삼중 스님 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스님처럼 다른 사람이 돌보지 않고 꺼려하는 곳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싶었다. 사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이라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다는 나름 이유도 있었다. 상을 내지 않는 부처님 제자로 살고 싶었다. 나누고 베풀면서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 돌려받겠지’ 하는 마음이 일어날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전법현장이 교도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줌 빛도 허락되지 않는 교소도로 향했다.

무명으로 지은 죄 미울 뿐
아무 조건 없이 빛 비추는
태양처럼 전법 매진 발원

죄가 미울 뿐이다. 사람은 똑같아서 참회하고 무명만 벗으면 부처님 제자로서 도반이다. 누구나 불성을 갖고 있다. 무명 속에서 지은 죄가 더 두려운 법이다. 잠깐 실수해서 나와 처지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죄인이라는 단어에 걸려 거슬리는 마음이 일어날 때면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말씀을 곱씹는다. 스님은 ‘신심명-몰록 깨달음의 노래’(모과나무, 2015)에서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그 빛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춘다”며 “크고 작다, 좋고 나쁘다 마음 없으며 조건 없이 주고 있다”고 했다. 무주상보시를 바라는 내 마음이 이렇다.

처처가 불이요 사사가 공이라는 뜻을 요즘 가슴 깊이 새기게 됐다. 두두물물이 부처님 아님이 없는데 근본을 떠나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니 더욱더 조급해지고 원망하는 마음과 남 탓하는 마음에 자신의 존엄을 망각하게 되고, 내가 곧 부처인데 중생에 갇혀 사바고해를 헤맨다.

어쩌면 수용자들은 내게 복전일 지도 모른다. 시인 정호승도 ‘걸인’이라는 시에서 ‘사사불공(事事佛供) 처처불상(處處佛像)’을 말했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내겐 교도소며 적선의 손을 내미는 이가 수용자이며, 수용자는 내 불전함이다. 적선하는 동전 한 닢 떨어지는 소리가 1000년이 걸리더라도 내겐 교정교화활동이 부처님 일이다.

수용자들에게 부처님 말씀 전하며 오히려 바깥세상보다 부처님 공부하기 좋은 곳이니 사경이라든지 염불 또는 절수행을 권한다. 2003년부터는 무연고 수용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그들에게 매달 영치금을 보시하는 자매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연꽃자매회 주축 멤버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광주교도소법회를 진행 중이다. 현재 불교분과 사무국장 소임을 맡아 법회 준비 등 불교행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법회와 자매회 각종 행사 후원, 초파일 법회에 전 재소자 공양물 보시, 체육대회 후원 등 예수탄신일과 수계법회 등을 거들고 있다. 갈수록 근력이 떨어지는지 부처님 닮아가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오계 지키기 어렵고 분별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미워하는 마음도 일어나고 자식들에게 부처님 법 전하기도 어렵다. 자신에게 엄격하게 계를 잘 지키는가 묻는다면 쉽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렇지만 부처님 법 만나 그나마 조금이라도 성숙해졌고, 좋은 인연 많이 만났고, 지혜가 생겨나니 만족하고 감사하다.

탐진치 삼독에 가려 참자아를 망각하여 허송세월 보내며 방일하지 않은지. 돌아보며 편리함을 좇아 나태해지고 쾌락에 물들어 계 지키기가 어려워지진 않았나 경계해야 할 것 같다. 회향을 잘해야 할 때다. 마무리 일수도 있고 뒷정리 일수도 있듯, 나눌 수 있는 것은 지식이든 경험이든 또 재산까지도 합당한 곳에 내려놓고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업만 짊어지고 간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침 5시, 예불을 올릴 때 봉독하는 108참회기도문에 참회, 감사, 발원 3가지가 모두 절실하게 느껴진다. 

김인수 lemonde23@naver.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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