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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만 한다면 그게 무슨 공부인가”

  • 교계
  • 입력 2017.04.18 17:32
  • 수정 2017.04.18 17:43
  • 댓글 0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
한국불교수행풍토 재차 비판
간화선 폄하 의도는 없지만
부처님법대로 사는지 자문해야
선거 조장하는 것도 계율위배
계율 지키며 기본에 충실해야

▲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이 간화선 제일주의의 한국불교 수행풍토에 대해 다시 한번 쓴소리를 던졌다.
“참선만 하겠다면 그게 무슨 공부이고, 수행이겠습니까? 부처님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아야 수행이고, 공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완전한 부처님법입니다.”

지난 4월10일 ‘간화선 제일주의’의 한국불교 수행풍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이 다시 한 번 쓴 소리를 던졌다. 스님은 4월17일 부산불교실업인회관 묘광선원에서 개최된 ‘열린불교아카데미 특강’ 두 번째 시간에서 “‘이것(간화선)만 하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불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국불교는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부처님법대로 사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일 스님은 이날 법석에 올라 자신의 앞선 법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은 간화선을 폄하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며 “스님과 불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불교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특히 스님은 “간화선은 훌륭한 수행법”이라며 “다만 그 수행을 하는 수행자의 삶의 모습을 바로 짚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일 스님은 자신이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내비췄다. 스님은 “우리는 불교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한다”며 “‘과연 내가 부처님법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간화선 수행을 할 때도 이것이 ‘고’ ‘무상’ ‘무아’ 등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부처님법과 동떨어진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도일 스님은 일각에서 ‘주지’ ‘방장’ 등을 뽑기 위해 선거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는 승가를 분열시키는 중대한 죄”라고 일갈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계율을 제정할 때도 승가의 분열을 우려했다”면서 “선거를 해서 주지를 뽑는다든지, 방장을 뽑자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승가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은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부처님은 승단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대안을 마련해 뒀다”며 “우리는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욕심 때문에 말을 듣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도일 스님은 간화선 위주의 수행풍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비판했다. 스님은 “(지금 스님들은)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뭘 하려고’만 한다”며 “그러나 단박에 깨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님은 이어 “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육조혜능 스님이 유일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생의 근기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혜능 스님과 같은 스님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이것은 마치 석두(石頭)를 가진 사람이 ‘나는 서울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며 “전부다 한 소식할 것처럼, 서울대에 들어갈 것처럼 앉아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중국 선종사에서 큰 획을 그은 스님들은 선방 문고리를 잡지 않은 스님들이었다”며 “(그분들은) 완전히 새로운 발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일 스님은 일각에서 ‘선방에 가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의 수행담을 소개하며 해명했다. 스님은 “3년 전부터 시력을 거의 잃어 송광사 율원에서 나오게 됐다”며 “이후 3년간 조사어록을 떠올리고, 남방에서 배움을 가졌던 과정에서 품었던 의문점을 떠올리며 좌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한국불교는 계율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면서 “지금 한국불교가 되살아 날 수 있는 길은 계율의 부활”이라고 강조했다. 불교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고, 그 실천의 첫 걸음이 바로 계율이라는 것이다.

도일 스님은 “집을 지을 때 계는 반석이고, 정은 기둥이며, 혜는 지붕에 해당된다”며 “계정혜가 완전히 갖춰져야 비로소 튼튼한 집이 완성된다. 그런데도 참선만 하겠다고 한다면 그게 무슨 공부이고 수행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도일 스님은 재가불자들을 향해서도 “부처님이 말씀하신 오계를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며 “부처님법대로 살아간다면 사람끼리 서로 도와가며 요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끝으로 “이제 한국불교는 스님으로서, 재가불자로서의 사명이 무엇인지 재고할 때가 됐다”며 “이런 숙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답을 찾을 때 우리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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