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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사랑 가로막는 김영란법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7.04.21 14:04
  • 수정 2017.04.21 16:23
  • 댓글 1

[특별기고] 평택 명법사 회주 화정 스님

 
내가 어렸을 적 나는 세상이 너무 혼탁하여 진실한 사람들이,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기가 무척 힘든 세상이라고 느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고 종교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삶의 희망을 복원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결국 불교 교리가 나의 마음을 위로하여 출가 수행자인 ‘승려’가 되었다. 그런데 불교 역시 자비로운 가르침과 말만 있을 뿐 어린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도 자비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 스스로 먼저 자비를 실천하는 수행에 매진하기로 발원하면서 쉼 없이 자비나눔을 실천해 왔다. 어느덧 위로는 부처님께 예배 공양을 올리면서 아래로는 신도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을 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함께 나누고자 노력해 왔다.

소방대원 숭고함에 봉축 맞아
해마다 해 오던 자비나눔불공
‘김영란법’으로 인해 올해에는
“절대 안된다”는 답변 돌아와
사회 맑게하는 취지 공감하나
자비와 사랑 저해하고 막으면
문제점 살펴 반드시 개정해야

지난 반세기 동안 나의 출가도량인 평택 명법사를 거점으로 “언행일치와 배려, 사회에 꼭 필요한 수행자,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수행자가 되자”는 지극하고도 아름다운 발원을 낮은 곳에서부터 실천해 왔다.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평택의 명법사에서 출가해 반세기 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홍포하고 자비를 나누고 포교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해 어느 날의 일이었다. 텔레비전에서 119소방대원들이 불길 속에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은 채,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임에도 기꺼이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숭고함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생을 위하는 수행자’라는 불자와 사람들의 부름이 소방대원들의 숭고함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나는 출가 수행자로서 저 대원들처럼 두려움 없이 불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나’에게 이렇게 자문해 보았다. 소방대원이란 직업인으로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지만 대원들의 두려움 없는 나아감에 너무나도 거룩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소방서에 ‘불공’을 올리기 시작한지 어언 20년이 되었다.

올해 역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소방서에 불공을 올리려 했다. 그런데 이게 왠 말인가? 여느 해와 같이 소방서 대원들에게 “공양을 올리러 가겠다”고 연락을 하니 소방서에서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며 곤란해 했다. 마음이 급해 사정을 따져 물으니 “김영란법 때문에 절대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타깝고 답답했다. 그 법이 무엇인데 이처럼 옹색하고 졸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인가? 자비의 나눔과 격려를 가로막는단 말인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김영란법은 ‘부정정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다. 논란 속에 2016년 7월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의 취지는 부정한 청탁을 없애 맑은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데 있다. 그러한 취지라면 백번이라도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도 맑게 만드는 ‘좋은 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적용 만큼은 더욱 세심하게 배려하고 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무지한 견해일까 궁금하다. 작금의 국가 혼란사태는 김영란법의 시행 이전에도,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로 인해 일어났다. 부정한 대가와 조건이 있는 더러운 접대라면 마땅히 청소하고 법의 응징이 필요한 것은 덧대 강조할 필요없이 절실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소방서 대원들을 위한 공양이 김영란법으로 인해 할 수 없다는 현실이니 이 법의 문제점을 국민의 이름으로 바로잡고자 한다. 사회의 사랑과 자비, 나눔을 가로막고 저해하는 결과를 빚어내는 법이라면 반드시 재고(再考)해야만 한다. 바꾸던지 없애야만 한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세상의 공익을 위해 선행하고 홍포해야 할 ‘자비와 사랑’을 가로막고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반드시 시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5월9일은 우리나라를 새롭게 이끌어 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혁신하고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갈 새 대통령님과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일을 하는 국회의원님,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함과 사랑과 자비나눔을 저해하고 있는 문제점을 낱낱이 짚어 반드시 법 개정의 목소리를 경청해 법을 법답게 개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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