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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바나나킥과 어린 혜윤이의 마음

기자명 성원 스님

교감은 상대 이해하고 화합케 해

 
어린 시절 보았던 월드컵 경기에서 축구의 황제 브라질 펠레는 코너킥을 차서 바로 골로 연결시킨 적이 있었다. 이후 바나나킥이라는 말은 일상용어가 되어 버렸다.

합창단 활동하는 어린이들은
완전함으로 이끄는 관음보살

공을 찬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바나나킥을 연습했고 일상적인 킥의 한 종류가 되었다.

알고 보면 펠레가 처음 휘는 골을 찬 것은 아니다. 누구나 공을 차다 보면 휘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 한 번의 골로 말미암아 바나나킥은 브라질의 바나나를 대변하듯 펠레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우리 일상에서 이러한 일들은 자주 눈에 뛴다. 그래서 특별한 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첫 시도를 콜롬부스의 달걀이라 하지 않는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하는 콜롬부스를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나 서쪽으로 간다면 도달하게 되는 신대륙을 발견한 게 뭐가 대수냐고 했다. 어느 날 만찬 중에 이런 소리를 들은 콜롬부스는 갑자기 달걀을 탁자에 세워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세우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달걀의 밑 부분을 깨트리고 세웠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는 누가 못할 것인가” 라고 하자 그는 “처음하기가 힘들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적절한 비유였고 그 후 수많은 서구 사람들이 서쪽으로 향해하여 신대륙에 도착했다.

학생 때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배웠는데 누군가가 신대륙에는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발견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순전히 서구 중심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니 사용하면 안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바나나킥이 유행할 때쯤 친구들에게 뭘 주는 척하다가 '바나나킥'하면서 자신의 입으로 넣어버리는 장난을 많이 했었다. 한 번은 무심결에 우리 합창단원은 아니지만 언니를 따라 한 번도 연습에 빠지지 않는 어린 혜윤이와 딸기를 먹다가 장난을 했다. 혜윤이 입에 딸기를 넣어주다가 장난으로 바나나킥하면서 내가 먹어버렸다. 정말 무심히 했던 장난이었는데 그때부터 혜윤이는 울먹이면서 나에게 오지도 않으려 했다.

본인도 당황하고 스님이 얄미웠겠지만 더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그냥 장난이었는데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한참동안 그 서운한 감정을 못 잊는지 나를 외면했는데 어느 날 진짜 바나나를 주자 다시 내게 미소를 띄우기 시작했다.

혜윤이는 바나나킥이 뭔지도 모르면서도 정말 우연찮게 바나나 한 개로 지난 바나나킥의 장난을 잊어버리니 신기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삐치고, 달래야하는 일이 어른들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그 내용의 현실성과 일반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교감을 많이 한 우리 자모들이 가끔 스님들보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화합하는지도 모르를 일이다.

스님들이 잘 화합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 의외로 잦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 어린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린이 합창단원들과 오래 함께 하다 보면 나부터 달라질 건가? 어린 혜윤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불완전한 나를 완전한 세계로 이끌어주는 관음보살의 응신인 것만 같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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